글로벌 VC 파트너들 “스타트업 투자 경기, 코로나19 이전으로 이미 회복”

이한주 스파크랩 공동대표
이한주 스파크랩 공동대표

500스타트업(500Startups), 엑스펀드(Xfund) 등 글로벌 벤처캐피털(VC)들이 세계 투자 경기가 이미 코로나19 이전 이상으로 회복됐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대면 미팅 감소에도 불구하고 화상미팅 솔루션이 자리잡으면서 스타트업과 투자자 간 접근성이 기존 대비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입지 지역에 제약 없는 온라인 기업설명회(IR) 등을 통해 투자 검토양은 늘어나고 처리 속도는 더 빨라졌다는 것이다.

크리스틴 샤이 500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는 1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스파크랩 온라인 데모데이 행사에서 “지금은 투자하기 좋은 시기, 많은 사람들에게 투자를 격려하고 미팅을 주선하고 있다”며 “온라인과 가상현실(VR) 활용이 늘어났고, 플렉시블 펀드, 플렉시블 프로그램 등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활성화로 투자 측면에서도 많은 기회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많은 시장들이 코로나19 이후 나아진 모습을 보이며, 스타트업 시장에 악영향은 있겠지만 아주 극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한주 스파크랩 대표 역시 “올해 4월까지는 투자 경기가 위축됐었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팬데믹 이전 단계보다 더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지난 분기까지 보수적이었던 LP(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도 현재는 굉장히 많이 살아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500스타트업, 엑스펀드, 버텍스캐피탈, 노테이션캐피탈은 팬데믹 이후 처리된 투자딜 대부분이 온라인 미팅을 통해 결정됐다고 밝혔다. 대면 없이 투자를 결정하다보니, 회사에 대한 리서치 조사가 신중해지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만 초기 스타트업과 중견 규모를 갖춘 스타트업 간 양극화 문제는 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패트릭 청 엑스펀드 제너럴 파트너는 “초기 단계 투자는 여전히 비선호 경향이 있다. 초기 투자는 창업자가 어떤 가치를 갖고 있느냐가 중요한 투자 판단 기준이기 때문”이라며 “후기 투자 단계에서는 고객층도 단단해지고 제품도 명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후속 투자를 진행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향후 한국 스타트업의 전망에 대해서는 대부분 긍정적 의견을 내놨다. 패트릭 청 파트너는 “영화 '기생충'을 포함해 한국인들은 콘텐츠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는 포스트 코로나 환경에서도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VR 분야에서도 한국인들은 가장 자연스럽고 유기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인식 버텍스벤처스 제너럴 파트너 역시 “B2B(기업간거래) 측면에서도 한국은 클라우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등 많은 기회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여러 변화를 잘 인지하고 글로벌 기회에 영민하게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