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쟁당국이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의 온라인플랫폼경쟁법과 비슷한 취지의 '플랫폼 기업 반점법' 초안을 공개하면서 자국 내 플랫폼 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그 속내를 두고 플랫폼의 불공정거래행위 규제보다도 글로벌 정보통신(IT)기업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중국 당국이 로컬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반독점법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역할을 하는 중국 시장감시총국은 지난 10일 '플랫폼 기업 반독점법' 초안을 공개했다.
◇차별금지조항 '방어수단' 근거?
초안이 발표된 전후로 증시가 이상신호를 보이기도 했다. 알리바바, 텐세트, 징동, 메이투완 왕이 등의 주가가 적게는 3% 많게는 10%이상 하락했다.
일각에선 중국 당국이 알리바바 자회사 앤트그룹 IPO를 저지했다는 음모론도 제기되지만, 장기적으로 자국 기업보호 수단이라는 해석도 눈여겨볼만하다.
중국 당국이 발표한 개정된 반독점법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독점행위 제재 대상인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을 △기업이 독점적 지위에 도달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 △배타적, 제한적인 경쟁 효과를 가지거나 가질 가능성을 가진 사업자로 명시했다.
특히 중국경제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외국기업에 대한 차별금지 조항'이다. 이 대목에서 중국이 단순히 자국 내 플랫폼 기업을 제재하는 것과 더불어 향후 글로벌 기업을 제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병서 중국금융경제연구소장은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 시장에 진입했을 때 중국 국내사업보호를 위해 제정된 측면도 있다”며 “향후 바이든 정부가 중국에 서비스업, 금융업 등 대표적인 서비스시장을 개방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플랫폼기업에 충격이 일부 가해지겠지만 이번 제도가 시장개방 후 글로벌 플랫폼기업이 중국에 진입해 점유율을 확보할 때 제재하는 방어수단으로도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미·중 간 통상분쟁이 지속됨에 따라 중국은 미국기업을 규제한 사례가 있다. 2018년 7월 중국 경쟁당국은 역외적용 조항에 근거해 통신 칩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미국의 퀄컴과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 간 인수합병 승인을 거부했다.
◇암시된 인터넷기업 규제
중국 정부의 반독점법은 2008년 제정됐다. 사실상 국유기업이 시장을 차지했던 일각에선 “중국시장에서 신산업과 서비스분야에서 대외개방으로 산업독점, 서비스 독점 위험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있다.
이후 11년만에 중국 정부는 개정안을 제정했다. 지난 1월 법 개정 당시 '기존 전통산업외에 인터넷산업에 대한 반독점법' 적용이 추가됐다.
지난해 9월 중국당국은 반독점법 시행규칙에서 “인터넷, 지식재산권 분야의 시장지배적 지위 인정”을 고려해야 한다며 명확하게 밝혔다. 인터넷분야 규제필요성을 암시한 것이다.
이에 대한 분석은 올 초 국책연구원에서도 제기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중국 반독점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과 평가' 보고서에서 “해외 주요국은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거대 IT 기업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혐의조사를 확대하고 있다”며 “중국도 이러한 추세에 따라 인터넷 업계의 불공정행위를 적극적으로 단속하기 위한 조치를 강화해나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