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이달 중 정부에 경유세 인상을 공식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시행될 경우 경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 소비자 부담 가중이 우려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이르면 이번 주 금요일 본회의를 열고 경유세 인상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이달 25일 정부에 인상안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유세 인상은 두 가지 안 가운데 채택이 예상된다. 1안은 경유세 인상으로 경유 가격을 휘발유 대비 95%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현행 경유 가격은 휘발유 대비 85% 수준으로 고정돼 있다. 경유가 휘발유보다 저렴한 이유다. 2안은 경유 가격을 100%까지 올리는 내용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문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반기문 전 제8대 유엔 사무총장 등 각계 인사 43명으로 구성돼 출범했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조명래 환경부 장관 등 각 부처 장관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 국가기후환경회의의 권고가 시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배경이고 관심이 높은 이유다.
산업계는 경유세 인상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경유 가격이 오를 경우 생계형 자영업자 등 소비자 부담 가중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유류비 지원을 받는 대형 화물 차주들은 타격이 적지만, 택배·용달 등 혜택에서 제외된 영세업자들 부담은 늘 수밖에 없다.
경유세 인상 취지에 공감대가 부족한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경유세 인상이 경유차를 줄여 미세먼지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석유공사와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에 따르면 경유소비량이 2011년 1억84만6000배럴에서 2017년 1만3439만3000배럴로 33.3% 증가할 때 미세먼지(PM2.5) 배출량은 1만1988톤에서 8576톤으로 28.5%가 되레 감소했다. 경유차와 미세먼지 배출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셈이다. 특히 미세먼지 배출 비중이 높은 차종은 경유 승용차 보다는 노후 화물차로 지목받고 있다.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미세먼지 총 배출량 가운데 도로이동오염원은 PM10 4.3%, PM2.5 9.5%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화물차 비중은 68.4%에 이른다.
의견 수렴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지난 10월 24~25일 국민정책참여단 500여명과 종합토론회 개최 당시 제시한 설문조사 항목에는 '경유세 인상' 조건만 나열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경유세 인상을 유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유 업계 고위 관계자는 “노후 화물차 등을 중심으로 배출가스 저감 장치 설치 등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지 않느냐”면서 “미세먼지 배출량은 그대론데 경유 가격만 상승, 결국 서민 가계 부담만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