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지난 2015년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GE는 디지털 사업부를 신설하고 SW 플랫폼을 만들었다. 전력, 항공, 장비관리 등에 뛰어들어 인수합병(M&A)을 적극 전개, 규모를 키웠다. 그러나 막대한 투자액에 비해 실적이 부진, 결국 디지털 사업부는 매각됐다.
반면에 미국 그래픽처리장치(CPU) 설계 기업 엔비디아(NVIDIA)는 인공지능(AI) 플랫폼으로 시가총액이 10배 이상 급등했다. 규모를 키우기보다 전문 분야에 집중, AI 기술을 연구하고 디지털 기술을 단계별로 접목시켰다. 그 결과 AI 시대 최선두 주자로 우뚝 섰다.
두 기업의 희비가 갈린 이유는 명확했다.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혁신을 통한 체질 개선, 디지털 역량 강화에 적극 매진했느냐 여부 때문이다. 앞으로는 빅데이터, 클라우드, AI 등 디지털 기술이 기업의 생사를 가르고 디지털 혁신이 승자 독식 시대를 재편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기존 대기업과 디지털로 무장한 스타트업 간 주도권 다툼이 시작됐다. 구글·애플·아마존·페이스북 등 미국 4대 정보기술(IT) 기업과 알리바바·바이두·텐센트 등 중국 3대 IT 기업이 영역을 넘나들며 서로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을 통해 살아남거나 소멸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디지털 혁신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코로나19의 신속한 진단과 확진자 동선 추적으로 세계 방역의 표준 모델이 되자 디지털 대전환의 적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례 없는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디지털 기술이 부각됐으며, 이것이 디지털 혁신으로 이어질 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강력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결합시킨 새로운 국가발전 전략이다. 여기서 디지털 뉴딜은 데이터(D)·네트워크(N)·인공지능(A) 등 DNA 신기술을 바탕으로 국민 삶의 질 제고, 산업 혁신,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한 디지털 전환에 방점을 두고 있다.
전통 지적 사업을 수행해 온 한국국토정보공사(LX)도 공간정보 사업으로 업역을 넓히며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등을 통한 디지털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X가 오랜 기간 구축한 정확한 위치 기반의 지적 정보는 공간정보 산업의 핵심 데이터로, 디지털 기술과 융·복합하면서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LX는 디지털 지적을 구축해 국토 관리 효율화에 기여하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지하공간 통합지도를 완성하며, 스마트시티를 디지털트윈으로 구현하는 등 안전하고 편리한 국민 생활에 일조할 계획이다. 특히 현실 같은 가상세계인 디지털트윈은 전 산업 분야와 접목, 디지털 혁명을 불러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국토교통부, LX는 전주시와 구축하고 있는 전국 최초의 디지털트윈 실증 모델을 19~20일 서울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리는 '2020공간정보포럼'에서 선보인다. LX는 교통·환경·안전 등 도시문제를 진단·예측·대응할 수 있도록 서비스 모델을 보완해서 '한국형 뉴딜 모델'로 정립하고, 이를 전국 지방자치단체 등에 확산할 방침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은 이미 시작됐다. 뉴노멀 가운데 하나는 비대면 가속화에 따른 디지털 혁신이다. 디지털 경제 부가 가치의 원천인 공간정보 및 디지털 기술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코로나19 시대를 선도하려면 디지털 관점에서 사업 모델과 업무 방식, 더 나아가 조직 문화까지 전방위로 혁신해야 한다. LX가 더 과감하게, 더 빠르게 디지털 혁신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김정렬 한국국토정보공사(LX) 사장 bestself@lx.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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