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전환'이 우리나라 산업계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가치사슬(GVC)이 급변하면서 산업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산업계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사업을 찾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일반 기업은 물론 정부와 공공기관들도 디지털 기반으로 체질을 개선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고민정 의원(더불어민주당·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은 지난달 '산업의 디지털전환 및 지능화 촉진법(이하 촉진법)'을 대표 발의했다. 산업 전반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새로운 고부가가치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가 경제 회복을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한국판 뉴딜 정책'과의 시너지를 노린다.
고 의원을 만나 촉진법 발의 의미와 디지털전환을 위한 노력에 대해 물었다. 그는 산업의 디지털전환이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끊임없이 강조했다. 선제적 대응에 나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대담=양종석 산업에너지부장
-한국판 뉴딜 정책으로 산업의 디지털전환에 가속이 붙었다.
▲한국판 뉴딜은 미래 선점 투자와 위기 극복, 선도형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정책이다. 미래 먹거리 선점 경쟁은 지금 당장 시작해도 늦기 때문에 더 신속하고 과감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구글, 아마존, 애플, 화웨이 등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첨단기술 기반 공룡기업이다. 최근에는 '데이터'를 기존 전통산업과 결합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데이터로 달린다'라는 수식어가 붙는 테슬라가 대표적이다. 단순한 전기차 제조사가 아닌 데이터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판 뉴딜은 전통 산업의 디지털전환을 위한 마중물이자 촉진제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조선, 기계, 자동차 등 전통 산업 인프라는 물론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강국으로서 글로벌 디지털 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산업 대전환 시기를 맞아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변화와 개혁을 추진해야 할 때다.
-한국판 뉴딜보다 코로나19 방역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경제 회복은 선후가 아닌 '병행'돼야 한다. 2차 추경(추가경정예산) 집행 당시, 현장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를 바라보고 불안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 시대에 정부가 미래 산업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책임 방기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기회로 바꾸지 못한다면 국제사회에서 도태될 수 있다. 전쟁 폐허 속에서 일궈낸 산업 발전과 IMF 상황 속에서도 계속된 정보통신 강국으로의 행보, 독재정권에 굴하지 않았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등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잡은 자랑스러운 역사다. 대한민국 국민의 저력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올 초 코로나19 전파국으로 오인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철저한 방역과 국민들의 솔선수범으로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 방역 모범국가로 칭송받고 있다. 이제는 K-방역을 넘어 경제성장을 선도하는 국가로 우뚝서야 한다.
-최근 '촉진법'을 대표발의 했다.
▲전통산업이 코로나19 위기에서 생존하기 위한 충분조건은 '디지털전환'이다. 제너럴 일렉트릭(GE), 포드 등 디지털전환에 실패한 해외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디지털 경제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하다.
데이터 기반 신산업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근거법이 필요하다.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데이터 표준화 작업도 요구된다.
이번 발의 법안은 '산업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규정하고 침해할 수 없도록 보호 원칙을 제시한다. 현재 산업 데이터 관련 법적 공백으로 기업들의 디지털전환에 애로와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촉진법 제정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더불어민주당의 제21대 총선공약이다. 산업 디지털전환 정책 수립과 산업 데이터 활용 생태계 조성, 선도사업 선정, 활성화 지원 등을 담았다.
또 산업 데이터, 산업 디지털전환 등 법상 주요 개념을 정의하는 한편 이에 관한 권리 보호와 활용 원칙도 마련했다. 산업 데이터를 다루는 기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산업 전반에 지능정보기술 활용을 촉진하기 위함이다. 산업 디지털전환 관련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시행하기 위한 지원·추진 체계에 대한 법적 근거도 제시한다.
-촉진법이 산업계에 미칠 파급효과는.
▲이번 법안은 산업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설계도다. 산업 데이터 분야 분쟁의 주요 원인은 권리 관계에 대한 규범 부재다. 산업 데이터 소유권을 둘러싼 다양한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산업데이터 활용이 저해되는 상황이다.
촉진법은 산업 데이터 권리 규범을 제시한다. 부정경쟁방지법과 저작권법 개념을 차용했다.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산업 데이터를 생성한 자에게 산업 데이터 사용과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에 대한 권리가 설정된다. 권리 관계 불명확성과 분쟁 가능성을 해소하는 셈이다.
또 타인이 보유한 사용·수익 권리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침해할 수 없도록 보호한다. 촉진법이 앞으로 우리나라 산업을 더 크게 성장시키는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
-촉진법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산업지능화협회가 최근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산업 데이터 관련 설문을 실시한 결과, 83.8%가 촉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발의 법안은 산업 데이터 권리 및 활용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산업 데이터 제공·공개·공유라는 활용 측면과 지나친 보호로 활용 저해 가능성이 있다는 측면을 종합 고려했다. 산업 데이터에 대한 최소한의 규범을 설정하고, 민간이 그 안에서 자유롭게 권리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기업 영업비밀이 외부에 유출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법안은 산업 데이터 생성자의 사용·수익 권리를 명확히 인정하는 동시에 보호대상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법으로 규율하기 어려운 다양한 상황에 대해서는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공정한 계약 체결을 권고하는 한편 계약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미래 산업을 위해 마련해야 하는 제도적 기반은 무엇인가.
▲다양한 현장간담회에서 산업 전반의 디지털전환 흐름에 능동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규제 샌드박스' 사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동안 모호한 법령과 보이지 않는 규제 등으로 시도하기 어려웠던 사업들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성과를 거둔 사례들을 현장에서 직접 접했기 때문이다. 스마트글러브, 공유미용실, 다중 무선충전기, AI 주류자판기 등 다양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작년 1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시행한 이후 올해 9월까지 신속확인 205건, 실증특례 123건, 임시허가 64건 등 총 392건 과제 신청이 있었다.
산업 디지털전환의 걸림돌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신속처리 지원'을 한층 강화하고 비정기적으로 개최되는 '규제특례심의위원회'의 상설·정례화를 고려해야 한다.
앞으로 '규제 샌드박스' 제도 활성화로 보다 자유롭고 혁신적이며 창의적인 실험을 늘릴 필요가 있다. 앞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기업들이 마음껏 도전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최대할 지원할 계획이다.
-촉진법 입법을 위한 활동 계획은.
▲코로나19 위기에 적극 대응하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 미래 산업을 발굴하기 위해 산업 디지털전환을 핵심으로 하는 제정안을 발의했다. 향후 당정청 간 긴밀한 협의·검토를 거쳐 속도감 있게 법안 처리를 추진하는데 힘을 모으겠다. 촉진법이 우리 기업들의 기술 전략을 제고하는 것은 물론 자유로운 혁신 활동을 추진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고민정 의원은...
경희대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한 고민정 의원은 2004년 한국방송공사(KBS)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다양한 시사 교양 프로그램 진행자, 라디오 DJ 등으로 활약하며 시청자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2017년 2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캠프에 합류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부대변인, 작년 4월 청와대 대변인으로 각각 임명되면서 '문재인의 입'으로 불리기도 했다.
올해 1월 제21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청와대 대변인에서 사퇴하고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서울 광진구 을 지역에 전략 공천된 그는 접전 끝에 당선을 확정하며 생애 첫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이다. 산업 디지털전환 등 다양한 입법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정리=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