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RCEP 출범과 우리 상품의 경쟁력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최근 인도를 제외한 15개국 정상들이 서명을 마치면서 거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발효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동안 2012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을 포함한 16개국이 협상 개시를 선언한 이후 8년 동안 31차례의 공식 협상과 19차례의 장관회의 등을 거쳤다.

아세안 10개국 가운데 6개국, 비아세안 5개국 가운데 3개국의 국회 비준 절차가 남아 있지만 늦어도 내년 중에는 RCEP가 발효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인구와 지구촌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는 대규모 경제협력 지역이 등장한 것만 해도 역사에 남을 사건이 아닐 수 없다.

RCEP가 발효되면 이 지역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시장 진출은 훨씬 용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아세안과의 상품교역 경우 기존 한·아세안 FTA의 자유화율은 79.1%∼89.4%에 머물렀지만 앞으로 국가별 자유화율은 91.9∼94.5%까지 높아지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아세안의 우리 상품 수입액 가운데 41억8000달러 상당의 품목에 대한 관세 철폐가 추가로 이뤄진다. 일본과는 FTA를 체결한 것과 같은 경제 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품교역 자유화율이 83%에 이르기 때문이다. 일본과의 협상 과정에서 우리는 자동차·기계 등 민감한 품목을 양허에서 제외했고, 교역 자유화 대상 품목도 우리나라는 장기간에 걸쳐 관세를 철폐토록 하는 등 유리한 일정 확보로 실리를 챙긴 것으로도 평가되고 있다.

RCEP 15개국에 적용되는 원산지 기준의 경우 단일 기준을 채택함으로써 서로 다른 국가별 규정 적용으로 인해 서로 얽혀서 통관 비용 등이 늘어나게 되는 부작용, 이른바 스파게티 볼 효과를 완화한 것도 중요한 성과로 보인다.

RCEP는 분명 우리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줄 것이다. 다만 RCEP 발효로 인한 잠재이익 현실화를 위해선 몇 가지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

먼저 RCEP는 관세 철폐를 통한 자유무역 확대를 보장한다는 의미이지 우리 상품의 경쟁력을 보장하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이다. 더 넓어진 경제 영토로 인한 경제 이익을 누가 차지할지는 궁극으로 우리 상품의 경쟁력에 달려 있다. 우리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도 넓어진 경제 영토에서 무역 이익 극대화에 나설 것이다. 우리 상품의 가격경쟁력과 가치경쟁력 실태를 진단하고 경쟁력 결정 요인별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개선할 점이 있다면 적극 개선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산업부에선 경쟁력을 저해하는 정책 요인은 없는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 대응은 가능한지 살펴보고 아주 작은 요인이라도 개선해 가는 미시-미시 접근법도 동원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산업부에 통상정책 기능과 산업정책 기능을 몰아 준 장점도 충분히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아세안을 중심으로 일본·중국 대비 우리 기업들의 현지 경쟁 여건도 진단하고, 필요시 이의 개선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해 10월 자동차 사치세 개편 시 전기차는 0%, 하이브리드차는 2~8%, 내연기관차는 15~40%의 세율을 각각 적용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다수 나라에서 친환경차로 분류하지 않는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세제 지원은 일본 기업들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기차 위주로 진출하려는 우리 업계에는 장애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인도네시아 정부와 적극 협상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정부 노력은 RCEP 발효를 계기로 더욱 정교하고 효과 높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RCEP 출범이 우리 기업들엔 새로운 성장 기회를 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를 실제 성공으로 현실화하기 위해선 경쟁력 제고가 뒷받침돼야 한다. 기업과 정부의 합심된 노력을 기대해 본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k1625m@kam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