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R&D 톡톡]<19>가볍지만 안전한 소재를 입은 자동차

탄소섬유복합재(CFRP). 무게는 철의 4분의1 수준이며, 강도는 철의 5배 이상인 초고강도 섬유다. <자료 현대자동차 홈페이지>
탄소섬유복합재(CFRP). 무게는 철의 4분의1 수준이며, 강도는 철의 5배 이상인 초고강도 섬유다. <자료 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자동차는 인류에게 편리한 이동 생활을 보장해 주지만 자연에는 반가운 존재가 아니다. 대체로 자동차는 공기 오염의 원인인 매연을 뿜어낼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에너지원으로 달리기 때문에 자원 고갈의 주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인류는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자동차가 인류와 자연 모두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모색해 왔다.

자동차가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수소자동차,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자동차 개발도 필요하지만 차량 경량화도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차량 경량화는 연비 강화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연비가 강화되면 같은 양의 에너지원으로 더 먼 거리를 갈 수 있다. 이 같은 결과로 자원 소모를 줄일 수 있다. 이는 기름뿐만 아니라 수소와 전기도 해당된다.

연비를 강화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체로 차량 무게를 10% 줄이면 연비는 약 4~6%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량 경량화는 배기가스 저감과 차량 수명 및 운행 성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

고강도 철강재와 알루미늄, 탄소섬유복합재(CFRP)는 차량 경량 대표 소재이다.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고강도 강판은 일반 강판보다 2배 높은 인장 강도를 띤다. 이 덕분에 차체 판 두께를 더 얇게 해서 차량 무게도 약 25% 정도 줄일 수 있다.

알루미늄은 대표 경량 비철금속이다. 비중이 철의 3분의 1 수준이다. 내식성과 열전도성도 우수하다. 자동차용 재료로 사용 시 최고 약 40% 경량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마모성이 약해서 가공이 어렵고, 기존 철강재 대비 가격이 높다.

CFRP는 철의 4분의 1 수준 비중을 띤다. 강판 대비 50%, 알루미늄 대비 30% 이상 경량화 효과가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성형에도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이에 자동차부품 쪽에 많이 활용된다.

경량화로 인해 차량 안정성이 떨어져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관련 연구자는 고강도 철강재와 같이 가볍지만 안전한 소재에 대해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 고강도 철강재는 차량 안정성과 강화되는 안전규제에 부합하는 소재다. 주로 안전성이 갖춰져야 하는 구조재와 차체 충격부에 적용된다. 현재 연구는 가공성 확보와 동시에 강도를 더욱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자동차용 알루미늄 산업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현재 우리나라 알루미늄 산업은 저부가 제품 위주로 구성돼 있다. 차량이나 항공용 구조재에 적용되는 재료는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형편이다. 정부 지원 아래 자동차용 알루미늄 합금 판재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생산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민간 투자도 필요하다.

이처럼 여러 소재에는 각각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완성차업계에서는 소재 하나만을 활용한 경량화보다 여러 소재를 통한 최적 설계와 경량화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차종과 차량 라인업, 각 회사 기술 수준에 부합하는 여러 소재 적용이 필요한 것이다.

향후 경량화 기술은 단순히 소재를 가볍게 하는 기술에서 벗어나 '가벼우면서 튼튼한 소재', '가벼우면서 안전한 소재', '가벼우면서 심미성이 확보된 소재' 등 복합 요소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업계 화두인 튼튼하면서 가벼운 자동차가 하루라도 빨리 상용화되길 바란다. 적은 양의 에너지원으로도 서울과 부산을 왕복 운행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김도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금속재료 PD
김도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금속재료 PD

김도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금속재료 PD dogeunkim@kei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