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간 손발이 맞아야 기업도 편한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금융위원회는 손발이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유사 진흥 정책을 협의 없이 내놓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이니 기업 입장에서는 참 답답할 노릇입니다.”
최근 핀테크기업 대표들의 하소연이다. 과기정통부와 금융위 간에 어색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부터 소관 법안 상충, 각기 다른 후불결제 적용 방안이 시장에서 왜곡된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당장 내년에 금융위가 시행할 소액 후불결제 허용을 놓고 부처 간 '따로국밥'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벌써부터 혼란을 예고했다. 지난 5월 이동통신 3사는 일제히 휴대폰 소액결제 한도를 100만원으로 상향했다. 비대면 결제가 활성화하면서 휴대폰 결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당시 이통사는 약관 변경 신고서를 과기정통부에 신고했다. 변경된 약관은 1개월 후에 과기정통부 확인을 거쳐 가입자에게 공지됐다. 이후 금융위가 전자금융업자에 소액 후불결제를 허용하는 대책을 내놨다. 같은 소액 결제이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휴대폰 소액결제 한도 수준 정도로 결제 한도가 정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물론 카드사 등 전통 여신업자의 반발이 작용했다. 결국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는 한도가 30만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후불결제 기능인데도 과기정통부가 관여하는 영역은 100만원 한도로 이용할 수 있고 금융위 소관은 30만원 한도로 결제가 묶이는 불균형이 발생했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 기업도 난감한 처지다. 같은 결제 플랫폼인데 이용 한도 차이가 3배 이상 나고, 적용하는 연체 수수료도 다르기 때문이다.
이통 3사의 휴대폰 소액결제 연체이자는 월 3%대로 매우 높다. 일할이 아닌 월할로 계산되기 때문에 하루만 연체하더라도 1개월치 연체료를 납부해야 한다. 사용자 부담이 크다. 일부 업체는 과기정통부 영역에 들어가는 기업은 상당한 플러스 효과를 누리는데 금융 당국 소관 기업은 규제만 잔뜩 받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유사 정책이라면 최소한 역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부처 간 조율이 있어야 하지만 소통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고 질책했다.
휴대폰 소액결제 부작용도 있다. 현금성 게임 아이템 등을 미성년자 등이 부모 계정으로 사들이거나 전자상품권 등 불법 깡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엄연한 금융 사고이고 금융 범죄인 만큼 관리를 금융감독원이 해야 하는데 소관 부처가 아니어서 관리감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에 최근 카카오페이 등이 부가통신사업자 신고를 하지 않아 무허가 논란까지 발생한 사례가 있다. 부가통신사업자 관리감독은 과기정통부 소관이다.
금융사나 전자상거래·빅테크 기업이 금융위의 인가를 받은 상태에서 과기정통부에 부가통신사업자 신고까지 의무로 해야 하는 건 이중규제 비판의 소지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과거 규제 샌드박스, 블록체인 진흥 등 여러 영역에서도 과기정통부와 금융위는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 왔다.
부처 간에 손발이 맞지 않으면 일관된 정책이 나올 수 없다. 한국 산업 현장의 일선에 있는 기업이 최우선으로 돼야 하는데 언제까지 정책을 각자 따로 입안하고 이중 잣대를 적용할 것인가.
지금이라도 혼선을 빚고 있는 여러 사각지대에 놓인 규정이나 정책을 협의해서 일원화하는 등 시장 혼란을 줄여야 한다. 이것도 쉽지 않다면 두 부처를 아우를 수 있는 중앙 정부라도 나서라.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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