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증권이 국내 증시에 주식 수가 아닌 금액 단위로 거래하는 '소수점 매매'를 선보인다. 커피 한 잔 값으로도 주식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서 성장성 짙은 젊은 소액 투자자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2030세대 개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유입이 폭증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증권은 국내·해외 주식의 소수점 분할 매수가 가능한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현재 국내 주식은 최소 1주 단위로 거래가 가능하다. 예컨대 삼성전자 주식을 사려면 최소 주당 가격인 6만4600원(11월 20일 기준)이 필요하다. 소수점 매매를 활용하면 삼성전자 주식을 소수 단위로 쪼개 0.1주만 살 수 있다. 이런 경우 1주 가격의 10분의 1인 6460원만 있으면 투자를 할 수 있다.
즉 소수점 매매가 도입되면 소액으로도 고가 우량주를 한 바구니에 담는 포트폴리오 분산 투자가 가능해진다.
해외 주식에 대한 소수점 거래는 현재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이 서비스를 출시했다. 그러나 국내 주식에 대한 소수점 거래는 아직 전례가 없다.
카카오페이증권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개발에 착수하면서 국내외 소수점 주식 투자 시스템도 가능하도록 준비에 들어갔다. 금융 당국의 제도 개선에 맞춰 소수점 거래를 개시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주식도 1주 단위가 아닌 소수 단위로 거래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는 “국내 주식에 대해서도 소수 단위 주식 매매가 가능하도록 다양한 사업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제도화를 위한 업계 의견 수렴 및 컨설팅을 거쳐 규제 정비 방안을 4분기 안에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카오페이증권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 개선 방향을 지켜보고 있으며, 이에 맞춰 서비스 기획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카카오페이증권의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본격화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이 경우 주식투자 금액에 부담을 느껴 오던 2030세대가 적은 금액으로도 부담 없이 손쉽게 주식을 살 수 있어 개인투자자의 증시 유입이 가파르게 상승할 공산이 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총 3, 4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나 LG화학 한 주를 사려면 70만원을 넘게 들여야 하는데 젊은 투자자에겐 부담되는 가격”이라면서 “돈이 있어야 주식을 할 수 있다는 관념을 깨고 적은 돈으로 합리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시장이 열리고, 저변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업계에선 카카오페이증권, 토스증권 두 곳 모두 MTS 구축을 발표한 상황에서 소수점 매매 등 차별화 전략을 갖추기 위한 경쟁이 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금융 당국으로부터 정식 본인가를 받은 토스증권은 2030 밀레니얼 세대 눈높이에 맞는 혁신적인 MTS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와 함께 카카오페이증권은 증권업계 최초로 원장관리시스템에 분리아키텍처(MSA)를 적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장개발시스템은 증권사가 고객 계좌를 관리하고 거래 내역과 매매 등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카카오페이증권 관계자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MSA 기술을 도입해 카카오페이 3500만 가입자가 불편 없이 쉽고 빠르게 주식 매매를 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2000만명이 동시에 접속해도 문제가 없도록 확장성을 갖춘 유연한 시스템인 것으로 알려졌다.
MSA는 각 서비스가 마치 레고 블록처럼 독립 구성이 돼 있어 필요한 정보기술(IT) 부문만 분리해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영업 환경에 선제 대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코스콤과 원장관리시스템 개발 계약을 맺고 MTS 개발에 착수했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