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인 데이터·5G·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전 산업분야에 융합하는 '디지털 뉴딜'을 다루는 상임위다. 그만큼 중요성이 커지며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방송통신 분야에서 벌어진 여야 간 정쟁으로 파행을 거듭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식물 상임위'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이원욱 21대 국회 과방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의 기본이 되는 과학기술과 ICT 등 경제와 미래를 밝힐 일을 과방위에서 선도하겠다”며 “여야 의원이 조금 더 역지사지 하는 자세를 깊이 새긴다면 (20대 국회처럼) 파행이란 것이 없고 좋은 상임위가 만들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막 첫 국정감사를 마쳤지만 의미 있는 성과도 나왔다. 과방위는 지난달 구글의 인앱결제 수수료 30% 강제를 금지하도록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구글 시장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국회 움직임에 구글은 지난 23일 플레이스토어 자사결제수단(인앱결제) 의무 적용시점을 내년 1월에서 10월로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에만 적용되는 일이다. 구글이 국내 산업계와 과방위의 전방위 압박에 영향을 받아 이 같은 정책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위원장이 앞장서서 '종이 없는 국감'을 실천하며 대량의 인쇄물 감축을 실현시켰다. 과방위 소관 피감기관은 총 81개로 해당 기관이 제출해야 하는 국감 요구자료 인쇄물은 11만5520쪽 분량이다. 종이 없는 국감으로 줄인 인쇄물은 A4용지 기준 최소 200㎏ 이상이다. 이 위원장은 앞으로 '종이 없는 국회'도 실현할 방침이다. 21대 국회 초반 혁신을 꾀하고 있는 이원욱 과방위원장을 만나 앞으로의 주요 정책과 방향, 목표 등을 들어봤다.
대담=이호준 정치정책부장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21대 국회 첫 국감을 치렀는데.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과방위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영상 국감을 해봤다. 약간의 불편함은 있었지만 생각보다 잘 진행되지 않았나 싶다. 민간에서도 영상을 통한 회의가 이뤄지고 있다. 국회가 선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민간에 더욱 확산될 것이다.
코로나19는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기후변화를 어떻게 우리가 막아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그것에 대한 일환으로 '종이 없는 국감'을 선언했다. 실제로 종이 없이 치렀고, 최근 진행되는 회의도 종이 없이 진행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종이 없는 국회' 추진에도 적극 노력하겠다.
-과방위 주요 피감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코로나19 대응 상황은 어떤가.
▲과기정통부,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 대응을 하는 주요 두 부처다. 신약 개발 문제와 진단 키트 개발 등이 과기정통부 소관에 얽혀 있다. 과기정통부가 빠른 시일 내에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만들어 낸다면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다. 실내에 들어갈 때 진단하고 괜찮다는 결과가 바로 나오면 그냥 들어가면 된다. 회의실·음식점도 그렇다. 감염됐다고 하면 출입 금지시키고 격리시설로 보내는 등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그래서 과기정통부 등은 진단키트 개발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머지않은 시일 내에 좋은 제품이 나오리라 예상된다.
-정부의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이 크게 늘었다. 국회 예산심사에서 중점적으로 보는 사안과 예산 효율성 지적에 대한 의견은.
▲큰 틀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 주는 나라'가 됐다. 이 같은 사례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 그 배경을 살펴보면 교육과 R&D 예산을 적극 지원했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선진국은 교육과 과학기술을 발전시킨 나라가 대부분이다. 이런 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 수 있었다. 교육과 과학기술에 투자하지 못한 나라는 현재 뒤쳐져 있는 나라가 많다. 교육과 과학기술 투자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불과 1년 전 일본의 소재부품 대한국 수출 규제 관련해 우리나라가 얼마나 뜨거웠나. 우리 산업은 풍전등화 같은 시기를 겪었다. 소재부품 분야 글로벌 밸류체인을 한국에서 단독 처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주요 소재부품에 대해서는 한국이 개발할 수 있고 최종 완제품을 만들 수 있는 나라가 됐다. 이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기술 독립을 이뤄낼 수 있는 가에 관한 것이다. 예산을 투자하고, 관련 예산을 확보해내는 것은 우리나라가 당연히 가야 할 길이다.
또 지금의 20대는 해방 이후 처음으로 부모세대보다 못 사는 세대가 될 수 있다는 절망감을 느낀다. 과학기술 지원을 통해 이런 문제를 풀어주고 간다면 우리가 선도국가로 갈 수 있다고 본다.
-구글의 신규 콘텐츠앱 수수료 30% 적용 유예조치에 대한 평가는.
▲시간을 좀 벌었다. 차분히 대응할 계획이다. 앞서 국감에서 여야가 합의했다. 구글이 인앱결제를 강제하지 못하는 법안을 만들자는 내용이었다. 여야 의원 6명이 법안을 내놨고 그 안에는 과도한 내용도 있고 부족한 점도 있다. 그래도 내용상에서는 사실상 합의를 이뤘다고 보면 되는데 최근 야당이 갑자기 인앱결제법 처리를 반대해 어려움이 있었다
어쨌든 구글은 시장에서 갖는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중소 앱개발자 성장을 통한 건강한 모바일 앱생태계 조성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본다. 과방위 위원과 함께 국내 앱 개발사와 앱 이용 고객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예의 주시하겠다.
-업계는 국회가 구체적으로 '액션'을 취하길 바라고 있다.
▲제일 좋은 것은 사업자가 자기 스스로 판단해서 제도를 철회하는 것이다. (구글이)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 애플이 결제 수수료를 15%로 낮추는 정책을 발표했다. 애플보다 구글이 더 높은 점유율을 갖고 있지만 경쟁하는 입장에서 애플의 정책이나 행보가 구글에 '시그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업자가 스스로 철회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회 내에서도 인앱결제방지법 처리가 언제까지 미뤄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애초에 약속한 것이었기 때문에 여당이 중심이 돼서 다른 수단(안건조정위원회를 통한 전체회의 상정 등)을 강구할 계획도 있다.
-5G 이동통신 투자 활성화와 통신비 문제를 푸는 해법이 있을까.
▲올 상반기 20대 국회 과방위 간사 시절에 요금인가제를 유보신고제로 전환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1위 사업자가 요금체계를 개편하려면 과기정통부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신고제로 바꾼 것이다. 1위 사업자가 요금을 바꿀 때마다 건건이 승인 받는 게 아니고 신고하면 되도록 했다. 일정 기간 정부의 조치가 없으면 요금을 바꿀 수 있다. 올해 12월 10일에 시행된다.
법을 바꿀 때 시민단체나 민주당 내에서 반대가 많았다. 과점 기업이 요금을 올리는 편한 수단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하지만 시장 경쟁력을 높이면서 요금이 더 내려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과 같은 인가제는 1위 사업자가 인가 신청을 하면 그 내용이 알려지고 2~3위 사업자가 비슷한 가격 체계를 만든다. 담합은 아니더라도 사실상 담합 같은 구조가 만들어졌다. 신고제로 전환하면 그럴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진다. 이런 경쟁상황 도입으로 내년 초에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도의 낮은 통신 요금 체계가 도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n번방 사태'로 인해 부가통신사업자 책임 강화를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되는데 사후관리와 실효성에 관한 대책은.
▲관련 법안을 통과 시킬 때도 그랬는데 이 문제 뿐만이 아니고 시장 전반에 대한 고민이 많다. 인터넷 시장은 완전히 글로벌화되어 전 세계가 시장이다. 유튜버에 대한 과세 체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도 고민이다. 결국 국제간 협약이 만들어져가야 한다. 국제간 조약을 과세당국이 어떻게 나서서 만들어 볼 것인가를 두고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점이 됐다.
-디지털 뉴딜과 관련해 과방위 차원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당정청이 맡아서 하고 있고, 과방위 차원에서도 디지털 뉴딜에 지원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같이 얘기하고 있다. 들여다보면 굉장히 많다. 디지털이 포함되지 않는 영역이 없다. 어떻게 하면 제대로 발전시킬 것인지를 포함해 일자리 문제 등 당정청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
-최근 과방위 소속 일부 의원이 이해충돌방지법으로 상임위를 바꿨다.
▲이해충돌방지법 관련해서 이슈가 나온 지는 오래 됐다. 이해충돌이 있으면 상임위를 떠나는 게 맞다고 본다. 하나의 상임위 문제라기 보다는 국회에서 그렇게 판단한 것이다. 전문성을 살리면서 해당 상임위에 남으려면 주식을 백지신탁하는 것이 맞다.
-과방위는 단골로 파행하는 상임위 중 하나로 꼽힌다. 21대 국회 과방위를 이끌어가기 위한 운영의 묘는 무엇인가.
▲여야 의원들이 조금 더 역지사지 하면서 깊이 새긴다면 파행이란 것이 없고 좋은 상임위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야당도 불과 3~4년 전엔 여당이었고 우리도 야당이었던 시절이 있다. 민주당 의원들도 야당 때 우리가 했던 모습을 반추해 보고, 야당도 여당 시절을 반추해보면서 역지사지해야 한다.
보통 과학기술 분야 문제에선 여야가 다툴 일이 없다. 이견이 큰 것은 바로 방송통신 영역 때문이다. 방송이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방송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논의를 해야 한다. 어떻게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공정방송을 만들지, 지배구조 논의를 해야 한다. 여야가 대화하고 역지사지하는 자세로 임한다면 파행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일하지 않는 상임위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다.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더불어민주당, 3선)은 1963년생으로 충남 보령 출신이다. 고려대 법학과를 나왔으며 1984년 고대 법대 학생회장을 맡았다. 86세대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다.
이 위원장은 2008년 공천을 받아 19대 총선에서 경기 화성 지역구를 기반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같은 지역구에서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지난해 이인영 원내대표 시절 원내수석부대표를 역임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과방위 민주당 간사를 맡았다. 과방위 경험이 많은 만큼 21대 국회 개원 이후 과방위원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당내 3선 노장 의원이 많아 정무위원회에 배치됐다.
전임 과방위원장인 박광온 민주당 의원이 이낙연 대표체제 출범 이후 당 사무총장으로 임명돼 위원장직을 사임하면서 지난 9월 과방위원장으로 새로 선출됐다.
과방위는 여야 이견이 많은 상임위로 20대 국회에서는 '식물 상임위'라고 불리기도 했다. 지난달 23일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논쟁이 치열했다. 이때 이 위원장과 국민의힘 간사 박성중 의원이 몸싸움 직전까지 가며 대립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이를 두고 “어찌했든 국민께 그런 모습을 보인 점에 대해서는 사과를 드리며, 상임위에서 사과말씀을 올렸다”며 “이후 모범적인 국회 과방위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리=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