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 광학줌 기능 강화를 위해 '폴디드 카메라' 수급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폴디드 카메라는 잠망경처럼 빛을 굴절시켜 렌즈와 센서를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배치한 카메라를 뜻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폴디드 카메라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애플 카메라 개발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애플은 아이폰의 광학줌 성능을 강화하기 위해 폴디드 카메라 기술과 특허 등을 찾고 있으며, 특정 기업과는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폴디드 카메라는 스마트폰 두께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고배율 광학줌을 구현할 수 있는 카메라다. 광학줌은 렌즈와 이미지센서 간 거리로 결정된다. 초첨 거리가 멀수록 5배, 10배 등의 고배율 광학줌을 구현할 수 있다.
그러나 센서를 렌즈를 수직으로 쌓는 기존 카메라 모듈 구조로 광학줌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카메라 모듈의 두께가 두꺼워져 스마트폰 디자인에 방해가 되는 것이다. 카메라가 스마트폰 본체 밖으로 튀어나오는 이른바 '카툭튀'가 생겨난 이유다.
이에 대안으로 나온 것이 잠망경과 같은 폴디드 카메라 구조다. 렌즈와 이미지센서를 수직으로 적층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폴디드 카메라는 프리즘을 통해 빛을 굴절시켜 렌즈와 이미지센서를 수평으로 놓아 '카툭튀'를 해결하면서 고배율 광학줌을 가능케 해 업계 이목을 모았다.
그런데 이 폴디드 카메라를 상용화한 곳이 세계에 몇 안 된다. 갤럭시S20울트라 모델에 폴디드 카메라를 공급한 삼성전기와 중국 써니옵티컬 정도가 꼽힌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폴디드 카메라와 관련 핵심 특허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애플과 삼성전자, 또는 삼성전기와의 협력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메라 모듈 업계 관계자는 “폴디드 카메라의 핵심은 볼 타입 액추에이터에 있는데, 이 특허를 삼성전자가 인수한 코어포토닉스가 보유하고 있다”며 “특허 문제 때문에 애플도 쉽게 폴디드 카메라를 설계하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코어포토닉스는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솔루션 업체다. 멀티 카메라와 폴디드 카메라 관련 특허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로, 2019년 삼성전자가 인수했다.
현재 애플은 LG이노텍, 샤프, 오필름 등에서 카메라 모듈을 공급 받고 있다. LG이노텍이 가장 많은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핵심 협력사다. 삼성이 애플 카메라 공급망(SCM)에 진입한다면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애플이 삼성에 폴디드 카메라 공급을 요청해도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상향 평준화로 각사마다 스마트폰의 차별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고, 특히 카메라는 가장 소비자들이 중요시하는 기능이어서 갤럭시 스마트폰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삼성전자나 삼성전기가 애플에 응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다른 부품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어 삼성 경영진이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