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컴업 2020 개막사를 통해 플랫폼 경제에서 프로토콜 경제로의 전환을 예측하며 강조했다. 박 장관이 정의한 프로토콜 경제는 “플랫폼 경제가 가져온 독점화 폐해를 보완하는 개념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다양하게 접목시켜 탈중앙화 및 탈독점화를 기함으로써 일정한 규칙(프로토콜)을 만들어 참여자 모두에게 공정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참여형 공정경제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현재 대세로 군림하고 있는 '플랫폼 경제'는 궁극으로 '프로토콜 경제'로 전환될 것”이라면서 “플랫폼 경제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독점 및 폐쇄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경제 모델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박 장관은 적용 대상의 대표 사례로 “프로토콜 경제로 모든 중고차 거래를 추적할 수 있으면 현대차-중고차 매매업자 간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로토콜 경제의 핵심은 탈중앙화·탈독점화인데 현재 플랫폼이라는 중앙집권 환경에서는 정보가 왜곡되고 부의 쏠림이 심화하는 부작용이 분명 있다. 이러한 플랫폼 중심 경제에서 프로토콜 경제는 플랫폼과 동행할 수 있는 중요한 개념이다.
중앙화 시스템이기 때문에 위·변조 오류가 있는 산업 분야에서 탈중앙화를 통해 무결성이 확보된다. 중고차 거래는 중앙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래상을 통해 많은 위·변조가 일어난다. 중고차를 서로 사고팔면서도 판매자와 구매자가 상호 신뢰하지 않는 시장이다. 중고차 매매 시 블록체인을 활용해 사고와 운행 패턴을 기록한다면 상당히 바람직한 중고차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기존 중앙화 기반의 경쟁자와 완전히 차별화한 신뢰를 담보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수 있다.
식품 유통 시장도 블록체인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유통기한을 표기하고 검증하는 유통 단계를 좀 더 투명하게 만들 수 있고, 더 나아가 레스토랑에서 만들어 내는 음식에 들어간 식재료 유통 과정과 생산지 정보를 고객이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새로운 가치는 푸드테크 분야에 새로운 창업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의약품 생산과 유통 과정을 추적해서 가짜 약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다면 이 혜택을 받은 사람은 투명한 가치에 충분히 비용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의약품 유통 시장도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다면 투명한 유통 관리가 가능하다. 특히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 정보 유통 시장은 원장 위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낼 부가 가치가 충분하다. 이미 국내 스타트업 가운데 관련 사업 모델로 액셀러레이터 투자를 받은 곳이 나오기도 했다.
졸업증명서, 경력증명서 등은 아직도 종이 원본이나 디지털 서명 등에 비용을 들이는 형태가 많다. 디지털 서명조차도 위·변조가 가능하며, 가끔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만약 종이 대신 블록체인 디지털 원본을 계약 또는 이해 당사자에게 보낼 수 있다면 이 또한 새로운 창업 영역이 될 것이다. 더 발전된다면 등기부등본이나 토지대장 등 자산 증빙도 블록체인 기반 기술로 바뀔 수 있다. 지금 부동산 매수 이후 등기부 등록을 하는 절차를 인터넷상에서 블록체인 원장에 기록하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기술로 가능해진다.
초기 블록체인 이해는 대부분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하는 암호화폐 자체만 부각했지만 2016년으로 넘어와 분산원장이라는 블록체인 기본 개념이 더 부각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플랫폼 접근이 시도됐다. 이를 1세대와 2세대로 분류하기도 한다. 1세대가 비트코인 중심이었다면 2세대는 이더리움에 의해 플랫폼 모습이 갖춰진다. 하나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모든 참여자가 거래 정보를 공동 검증·기록·보관함으로써 중앙시스템이 없다 하더라도 거래 기록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무결성을 보장하면서도 참여자 평등 지향 플랫폼으로의 진화가 계속되고 있다.
이더리움은 튜링 완전성을 이룬 확장용 언어를 갖췄기 때문에 스마트 콘트랙트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 튜링 완정성이란 수학 시뮬레이션 튜링머신 수준까지 프로그래밍이 모두 가능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2세대 블록체인 플랫폼은 지난 수년 동안 유니콘 기업을 일궈 낸 애플리케이션(앱) 기반의 플랫폼 독점형 사업 모델에 반기를 든 플랫폼 협동형 창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버는 부자가 됐지만 우버 기사들은 아직도 가난하다. 만약 우버 기사 급여를 토큰으로 지급했다면 모두 부자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탈중앙화 논리로 창업한 기업이 이미 등장했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아케이드시티라는 스타트업은 우버가 오스틴시에서 입법화한 운전자 신원 확인을 위한 지문등록 의무화 정책에 반기를 들고 철수한 이후 주목받기 시작했다. 아케이드시티는 블록체인을 통해 기사와 손님을 직접 연결, 중앙에 의해 조정·통제되는 요금 체계 대신 기사와 손님이 협의해서 양쪽 모두 만족스러운 운임이 되는 서비스를 설계했다.
이스라엘 라주즈도 유사한 플랫폼 협동형 스타트업이다. 라주즈는 차량공유 서비스 이용 시 주즈라는 토큰으로 결제가 이뤄지게 한다. 토큰과 코인 차이는 이더리움 같은 플랫폼 제공자는 코인을 발행할 수 있고, 이러한 플랫폼 위에서 스마트 콘트랙트를 구현한 주체들은 다시 토큰을 발행할 수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라주즈는 중앙 소유 개념이 없이 커뮤니티 기반으로 모든 운영자가 팀을 구성해서 참여하고, 팀별 기여에 따라 보상해 주는 구조다.
온·오프라인연계(O2O) 영역뿐만 아니라 커머스 영역 또한 플랫폼 협동형 움직임이 있다. 오픈바자는 분산형 커머스 플랫폼으로, 특정 중앙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상품기획자(MD)도 없이 구매자와 판매자가 직접 소통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누구나 상품을 무료로 등록하면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사용자에게 노출되는 형태로 운영된다.
박 장관의 프로토콜 경제 도입 제안에 대해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은 “배달의민족도 프로토콜 경제 아래 소상공인 데이터를 소상공인과 나누는 상생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는데 좋은 선행 사례가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
-
김현민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