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전산망, 캄보디아 국가전산망에 심었다

금결원, 지급결제시스템 구축
해외 진출 첫 사례로 수출 탄력
중소 SI·ICT 기업도 후방효과 기대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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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지급결제시스템이 캄보디아 국가전산망으로 채택, 운영된다. 베트남, 아르메니아, 나이지리아도 시스템 도입과 관련해 물밑 협상에 들어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 결제 방식이 차세대 금융 대안으로 떠오르자 신남방·신북방 국가들이 잇달아 한국과의 기술 지원 및 수출 협의에 나섰다. 해외 진출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한국 금융사는 물론 중소 시스템통합(SI)·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도 후방 효과가 기대된다. 30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결제원 지급결제시스템이 캄보디아 국가 전산망으로 구축, 운영에 들어갔다. 한국 5대 국가 전산망의 한 축인 금융 전산망이 해외에 이식되는 첫 사례다.

시스템 구축에만 2년여 기간이 걸렸다. 금결원과 디리아·모빌씨앤씨가 컨소시엄을 꾸려 현지 국가 전산망을 개발, 적용했다.

지점과 모바일뱅킹, 인터넷뱅킹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체 기능을 제공하는 실시간 자금이체시스템(RFT)을 적용했고, 모바일뱅킹 공동이용시스템(MPS)도 상용화했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대중화하고 있는 QR코드 결제시스템과 은행 간 차액 결제 기능을 제공하는 청산시스템까지 통째로 이식, 국가지급결제시스템 전부를 구현했다.

이 사업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지원하는 캄보디아 국가지급결제시스템 구축 사업의 사전 타당성 조사 사업자로 금결원이 선정되며 시작됐다. 그러나 정부 간 계약 기간 이견과 중국 등 해외 정부들의 물밑 로비전이 펼쳐지면서 사업 수행 과정에서 사업자가 바뀔 위기까지 갔다.

그러나 한국 정보기술(IT) 저력을 바탕으로 민·관 합동 사전 타당성 조사부터 결제시스템 현대화 방안 등 단계별 로드맵을 산출, 철저한 기술 차별화로 승부수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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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캄보디아 중앙은행은 시스템컨설팅 지원 요청국으로 한국을 지정했고, 시스템 디자인과 관련 제도 수립 전반을 우리나라가 통째로 맡았다.

금결원 관계자는 “한국 디지털금융 시스템을 적용하자 캄보디아 이체 거래량이 폭증하고 있다”면서 “약 10개월 만에 거래 건수와 금액 모두 20배 이상 증가, 다른 국가에서도 수출 협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한국 자금결제시스템을 활용해 캄보디아 현지에서 9개 참가 기관이 일반 고객 대상으로 자금이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캄보디아 시장점유율 1·2위인 상업은행과 아셀다은행을 비롯해 KB, 신한, PPCB, 우체국 등이 포함됐다. 기타 6개 은행은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캄보디아 금융전산망 구축은 코로나19 확산 시국, 디지털 신남방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될 수 있다. 캄보디아는 물론 계좌 이용이 적은 언더뱅크 국가 대상으로 한국계 은행이 이 지급결제시스템을 활용해서 현지 전자금융서비스 시장에 진입하는 촉매 역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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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결원은 캄보디아를 기점으로 국내 IT 기업과 협력 진영을 구축하고 해외 정부 주도의 현금 없는 사회, 디지털 금융 환경 조성 사업에 적극 뛰어든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최근 에스와티니 중앙은행 대상으로 국가지급결제시스템 비즈니스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고, 카자흐스탄 중앙은행과도 구축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기존 협력국인 베트남 지급결제전담기관 NAPAS와는 오픈뱅킹 컨설팅을 기점으로 시스템 수출 협력도 검토한다.

금결원 관계자는 “캄보디아 지급결제시스템 구축사업을 통해 확보한 산출물인 지급결제 소프트웨어(SW)를 향후 다른 국가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솔루션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한·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금융협력센터 용역 공동연구기관으로 참여해 아르메이나, 라오스 등과도 다양한 협력을 끌어내겠다”고 설명했다.


[표]금융결제원 지급결제시스템 수출사업 추진 실적(자료-본지 취합)

*FS-Feasibility Study(정보통신산업진흥원 사전타당성조사 컨설팅)

*KSP-Knowledge Sharing Program(기획재정부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


*KPP-Knowledge Partnership Program(한국은행 지식교류프로그램)

한국 금융전산망, 캄보디아 국가전산망에 심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