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사모펀드 KCGI이 제기한 한진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속도가 붙게 된다. 경영권 분쟁이 있으나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을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외 대안이 없다는 한진칼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한진칼은 예정대로 산은으로부터 8000억원을 지원받아 오는 3일 대한항공에 대여한다. 대한항공은 이를 기반으로 신주인수계약 계약금을 지급, 아시아나항공에 유동성을 불어넣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이승련 수석부장판사)는 1일 KCGI 측이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신주 발행은 상법과 한진칼의 정관에 따라 한진칼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통합 항공사 경영이라는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한진칼 현 경영진의 경영권·지배권 방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신주를 발행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지난 25일 가처분 심문을 열어 양측 주장을 들은 뒤 신주 발행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정성, 신주 발행의 대안이 존재하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 한진칼로부터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는지도 서류를 제출받아 살펴봤다.
재판부는 KCGI가 사채 발행, 주주배정 유상증자, 자산 매각 등 대안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현실성이 없다는 한진칼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항공산업 재편의 시급성,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등을 고려할 때 한진칼이 산은을 대상으로 추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적합했다는 판단이다. 또 산은이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조원태 회장, KCGI 어느 누구편도 들지 않겠다고 밝혔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에 대한 산은 지원이 무사히 이뤄지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선 대한항공의 2조5000억원이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만 1조8000억원이 들어간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약 7300억원 규모로 참여한다. 유증 성공 여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시너지에 대한 시장 기대감에 좌우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7월 대한항공의 1조1270억원 규모 유상증자가 흥행했기에 이번에도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국내외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도 받아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이 회생 불가능한 수준이라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을 불허할 가능성은 낮다. 다만 국내선 독과점 이슈로 인해 저비용항공사(LCC) 일부 매각을 명령하는 조건부 승인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원태 회장과 KCGI 간 경영권 분쟁은 이어진다. KCGI는 가처분 신청 결과와 별개로 지난달 20일 한진칼에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KCGI는 신규 이사의 선임과 정관 변경 등의 안건을 상정할 계획으로 이르면 1월 열린다.
한진칼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대한민국 항공산업 구조 재편의 당사자로서 위기 극복과 경쟁력 강화, 일자리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3자연합도 책임있는 주주로서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뜻을 함께 모아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산은은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환영하며 미증유의 코로나 위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재도약을 대비한 금번 항공산업 구조 개편 방안 추진에 큰 탄력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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