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국내 사설수리업체 대상으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파상적으로 제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형사 고소를 통해 벌금형 등 처분을 유도하고, 보상을 요구하는 내용증명 발송으로 사실상 사업 철수를 압박하고 있다.
애플이 국내 사후관리(AS) 체계 미비로 수리 관련 고객의 불만이 비등한 현실은 외면하고 일부 대안 역할을 하는 사설수리업체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설수리업체 관계자는 1일 “애플이 형사고발을 하면 수사관이 애플 관계자와 함께 매장을 방문, 수리 부품 등을 압수한다”면서 “이후 벌금형이나 징역형 집행유예 등을 선고받고 나면 대형 로펌 명의로 내용증명까지 날아온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애플의 소송으로 서울 강남과 홍대입구 등지에 밀집한 애플 제품 관련 사설수리업체 가운데 폐업한 곳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애플의 저작권 침해 소송은 수리에 사용된 부품은 물론 외부에 드러나는 상표를 포괄한다. 애플코리아에서 국내 유통한 공식 부품 이외에 중국 등에서 수입해 사설수리에 활용한 부품 모두 저작권법 위반으로 간주한다.
애플은 서울·수도권 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상호에 애플을 언급하거나 간판 등에 애플 로고가 그려진 업체를 대상으로도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의 소송으로 인한 사설수리업체 감소는 이용자 불편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애플 국내 공식 서비스센터는 지난해 기준 총 92곳이다. 직영점은 애플 가로수길 단 한 곳이다. 나머지는 모두 위탁업체에서 운영하는 애플 공인서비스업체(AASP)다.
광역도 단위로 공인 서비스업체가 한두 곳밖에 없는 지역에서는 애플 제품 유지보수 경로가 사실상 사설수리업체뿐이다.
애플 정책에 따라 보증기간이 만료된 제품에 대한 수리 거부 또는 과도한 수리 비용 부과가 빈발, 상당수 애플 이용자가 사설수리업체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용자의 만족도 또한 사설수리업체가 공인서비스 업체를 앞선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조사에 따르면 애플 소비자는 접근성, 수리시간, 비용, 품질 등 모든 측면에서 사설수리업체를 우위로 평가했다.
애플이 사설수리업체에 대한 소송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물론 공인서비스 업체를 늘려서 AS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애플이 미국과 유럽 등 해외 32개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독립수리서비스제공업체프로그램'(IRPP)을 국내에도 도입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IRPP는 사설수리업체에 공인 부품, 훈련 매뉴얼, 진단 리소스 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일정한 자격을 갖춘 회사라면 신청이 가능하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공정거래위원회 애플 동의의결안 개선의견으로 IRPP 도입과 주요 부품 가격 홈페이지 사전 고지 필요성을 개진한 바 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저작권 침해 이유로 무차별 소송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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