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에너지 산업 미래, 공공 ICT에 달려 있다

조용래 한전KDN 경영기획본부장
조용래 한전KDN 경영기획본부장

코로나19라는 초유의 비상사태가 가져온 한국판 뉴딜 계획과 정부 에너지기본계획, 에너지 기술개발 계획의 교집합은 '디지털 전환'이다. 모든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은 비대면 수요를 확대하면서 고용을 창출하고 산업 활력을 불러오는 경제 촉진제 역할을 할 것이다.

에너지 산업에서도 기존의 전통 생산-수송-소비 과정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증가하고, 기술 융·복합으로 에너지 산업에서도 새로운 비즈니스가 가속화하는 흐름은 뚜렷해졌다. 이러한 새로운 변화의 공통점은 역시 디지털 전환, 즉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근간으로 한다.

QOS 에너지, 루메나차, 오파워 같은 해외 에너지 혁신기업처럼 우리도 우선 오는 2040년까지 분산전원 발전 비중을 30%까지 확대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통합관제시스템이나 통합운영발전계획시스템을 기본 인프라로 제공해야 한다.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에너지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에너지 통합 플랫폼도 함께 운영해야 한다. 사물인터넷(IoT)이나 증강현실(AR) 기술을 적용해 발전·수송 과정에서 사고나 고장을 예측하고, 로봇·드론을 활용해 전력설비 유지보수가 효율 높게 이뤄지는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도 성큼 현실화하고 있다.

자동화된 원격검침인프라(AMI) 기반으로 전력 사용량을 점검하고 관리하기 위해 전력 빅데이터를 분석한 실시간 수요관리시스템이나 지능형 경제급전시스템도 곧 가시화할 것이다. 분산전원가상발전소(VPP), 건물에너지효율관리시스템(BEMS)도 각광받게 될 에너지 신사업이다.

에너지 산업에서 디지털화는 전문 영역별로 민간 부문 에너지 혁신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촉진한다. 그런데 이러한 디지털형 비즈니스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은 큰 고민에 빠져 있다. 막대한 시스템 연구개발(R&D) 자본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공기업 중심 에너지 기관에서 과연 기대한 수요가 발생할 것인가 등 난제가 쌓여 있다.

이들 ICT 인프라는 독립되지 않고 상호 유기체로 연계돼 전국 규모의 단일 시스템으로 묶인다. 기존 에너지 공기업이 운영하는 다른 디지털 자원과도 통합돼야 한다. 혁신기업이 상업화한 기술과 제품 표준화 측면에서도 국가 기준을 따져 봐야 한다.

난제를 해결하는 대안은 빅데이터·에너지플랫폼 통합관리 전문 공공기관을 활용하는 것이다. 정부나 에너지 공기업은 에너지 산업 디지털 전환 정책과 전략을 기획하고, 혁신기업은 그들이 보급한 솔루션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을 연결하는 공공 영역은 에너지 산업 각 분야의 디지털화를 기술 기획하고, 기본 설계하고, 인증하고, 사이버보안 감시하고, 각 단위 시스템과 기능을 통합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에너지 혁신기업들이 각자의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선제 투자를 망설인다면 플랫폼 통합관리 공공기관은 확실한 수요를 구체화하고, 기술과 제품 표준을 제시해야 한다. 새 비즈니스 플레이어가 에너지 디지털 시장에 부담 없이 진입하도록 사실상 신규 비즈니스를 개발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기반으로 운영하는 발전, 송변전, 배전, 판매 영역이나 지능형전력망에서 추진하는 전기 모빌리티 또는 전력거래시스템과의 연계·통합이 공공기관의 책임 영역에 들어올 수 있다.

에너지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은 이제 더이상 피할 수도 지체할 수도 없는 세계 흐름이다. 한국판 뉴딜정책의 성공 여부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있을 사회 변동 대응도 에너지 산업 디지털화가 중심이다. 에너지 플랫폼 전담 공공기관은 에너지 공기업과 혁신기업을 잇는 공익 역할을 수행하면서 에너지 산업을 넘어 대한민국 경제에 활력을 높이는 새로운 촉진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조용래 한전KDN 경영기획본부장 tony_7062@kd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