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어느 때보다 더 추운 겨울을 맞게 될 것 같다.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올해 경제성장률은 애초에 예상한 -1%보다 더 내려가고 체감실업률은 악화, 14%보다 더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으로 1차 유행 때보다 공포 심리는 약하지만 이번 겨울은 경제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내년에 경기가 회복해도 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 1차 유행 때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을 탈탈 털어 대규모로 투입했기 때문에 여력이 더 없어졌다. 코로나19 재유행이 길어지면 경기가 급반등하는 V자형 회복은 그만큼 더 어려워진다. 코로나19로 앞당겨진 신기술 산업과 비대면 산업은 성장하겠지만 나머지 산업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해 경기 회복은 K자형을 보일 가능성이 더 짙어진다. 최악의 경우 침체 부문이 성장 부문보다 많아져서 경제 전체로 볼 때 침체가 장기화하는 L자형을 배제할 수 없다.
1차 유행 때와 달리 정부의 재정 투입에 한계가 더 분명해졌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19년 38%에서 올해 44%로 급증, 이미 경제 발목을 잡고 있다. 재정의 둑이 무너지는 문제를 한국만 우려하는 상황은 아니다. 미국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정 적자를 걱정할 때가 아니라고 했다가 지금은 달라졌다. 미국 재무부는 기업의 회사채를 사 주는 등 긴급대출 프로그램을 중단하겠다고 나섰다. 세계은행(IBRD)도 최근 코로나19 재유행이 경제 위기로 바뀌고 금융 위기를 유발할 가능성이 짙어졌다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비슷한 경고를 하면서 남미와 남유럽 일부 국가는 감당할 수 없는 채무로 지급불능 사태에 처해 채무 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금융연구소(IIF)는 코로나19 1차 유행으로 각국의 부채 규모가 예상보다 더 빨리 증가했고,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세를 보이면서 금융 위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재유행하는 코로나19에 효과 높게 대응하려면 재정 원칙이 필요하다. 재정 악화는 최소화하면서 경기를 부양하는 일이 1차 때보다 더 중요하다. 정치권은 이번에도 코로나19가 재유행하자 선심 쓰듯 재정 투입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지원 방식만은 1차 때와 달라야 한다. 재난지원금을 많이 주고 범위를 확대하는 일에 급급하면 1차 유행처럼 효과는 작고 국민 세금 부담과 정부 부채만 늘리게 된다. 내년도 예산은 코로나19가 재유행하기 전에 편성된 것인 만큼 증액 없이 사업을 대폭 조정, 재정 건전성 악화를 피해야 한다. 지원 대상은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타격이 큰 저소득층에 집중하며 현금으로 지원, 효용성을 높여야 한다. 3분기 통계청 가계 동향 통계에서 드러났듯이 1차 유행 때 재난지원금 소비촉진 효과는 일시였다. 게다가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은 줄고 고소득층은 늘었다. 저소득층은 소비보다 공과금 등을 내는 돈이 더 절실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코로나19 1차 유행으로 경제 판도가 바뀌었다. 사람들의 의식과 선호가 달라지면서 코로나19가 끝나도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영원히 사라지는 산업과 일자리가 생기는가 하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이러한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은 가속화돼 그만큼 더 적극 대응해야 한다. 자영업은 소득 주도 성장으로 휘청대다가 사람들이 코로나19로 대면 서비스를 피하자 생존의 위기에 처했다. 플랫폼 등을 활용해 자영업이 경쟁력을 높이도록 지원정책을 바꿔야 한다. 정부는 K-방역 등 한국이라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기회로 삼아 중소기업이 수출에 나서도록 지원해야 한다. 근로자를 위해서는 노동력 이동과 재택근무 등 노동력 제공 변화를 뒷받침하도록 제도를 혁신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더 빨라진 신기술 도입에 적응하도록 직업교육·훈련체제도 강화해야 한다. 기본소득과 전 국민고용보험제와 같이 그럴 듯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는 사회안전망과 고용안정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withkim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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