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콘텐츠 회사가 어린이병원에 관심을 갖는 이유

[콘텐츠칼럼]콘텐츠 회사가 어린이병원에 관심을 갖는 이유

수아(가명)는 생후 4개월에 근위축성 질환 진단을 받았다. 가정용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채 엄마의 24시간 간병을 받아야 했다. 만 6세 미만 어린이는 정부의 가정간호와 활동보조인 지원서비스 대상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엄마가 수아 간병에 집중하는 동안 돌봄을 받지 못한 오빠는 주의력 저하와 불안 증세를 보였다. 수아는 투병 20개월 만에 사망했다. 엄마가 잠시 조는 사이 인공호흡기가 분리된 것이 원인이었다. 만성 수면 부족에 시달리던 엄마가 인공호흡기 분리 경고음을 듣지 못했다.

이처럼 중증 어린이 환자를 돌보는 가정은 24시간 보호자가 붙어 있다시피 곁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경제 활동은 물론 개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인다. 사회 보호망이 촘촘히 짜인 것도 아니다. 현재 국내 장애인활동지원사업 대상은 만 6세 이상이다. 장애인가족양육지원 사업 대상은 가구 평균 소득 100% 미만으로 제한한다. 그마저도 의료 지원은 제공하지 않는다. 중증소아 환자를 돌보는 가정은 의료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다. 가족 전체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중증소아 재택의료 서비스 프로토콜 및 평가지표 개발연구'에 따르면 중증소아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의 82.9%가 환자를 돌봐 줄 사람이 없거나 환자를 맡길 수 있는 적합한 시설이 없는 등의 이유로 최근 1년 동안 사흘 이상 휴식을 취한 적이 없다. 주 보호자의 하루 평균 휴식 시간은 1.5시간에 그친 반면에 환자 돌봄 시간은 15시간에 달했다.

어린이 중증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완화하고 삶의 질을 제고시키는 포괄 의료 서비스인 완화의료가 절실한 상황이다. 국내에는 단기 돌봄 서비스로 환자를 위한 의료형 돌봄 제공과 가족의 건강한 일상을 돕는 독립형 어린이 완화의료센터가 전무한 실정이다.

1982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독립형 소아 전문 완화의료기관이 설립된 이후 미국, 호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소아 전문 완화의료 기관을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민간에서는 어린이 완화의료에 관심을 둘 이유가 많지 않다. 어린이 중증환자 치료에는 성인보다 훨씬 많은 시간, 인력, 공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수가는 성인 치료와 동일하다. 병원을 운영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아 난민처럼 전국을 전전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자연히 돌봄 시설과 서비스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탓에 사회 관심도 적다.

넥슨이 소아 완화의료 현황과 관련 전문 시설 필요성에 대해 모두가 알도록 꾸준히 노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4년 국내 최초의 어린이 재활 병원인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200억원을 기부했다. 병원 개원 이후에도 재활치료 지원과 병원 운영 안정화를 위해 총 16억원을 기부했다. 2019년 2월에는 공공 분야 최초의 어린이 재활 전문 병원인 '대전충남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100억원 기부를 약정한 바 있다.

오는 2022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첫 국내 최초의 독립형 어린이 완화의료센터인 '서울대병원 넥슨 어린이완화의료센터'가 건립되면 지속 돌봄이 필요한 어린이 환자와 가족들에게 단기 환자 위탁 서비스를 통한 종합 의료 복지를 제공할 수 있다. 돌봄 의료 시설 외에도 가족상담실도 갖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어린이병원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2018년부터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은 시작 단계다.

제2, 3의 독립형 어린이 완화의료센터가 생기기 위해서는 지속된 사회 관심이 뒷받침돼야 한다. 사회 관심은 국내 소아 완화의료 제도 발전과 정착을 위한 디딤돌이다. 여전히 완화의료를 필요로 하는 어린이 중증환자 수는 연간 13만여명에 이른다.

공미정 넥슨재단 국장 nexon@nexonfoundatio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