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3법 민주당 단독처리 수순으로...경제계는 반발 "대안 들어달라"

경제3법을 향한 경제계의 개선 요구가 무산될 위험에 처했다. 국회가 최종 담판으로 여야 정책위 차원 논의를 추진했지만 이마저 불발되면서 정부여당의 강행 처리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여당 원안대로 처리되면 일부 독소조항이 그대로 시행되는 상황이 우려된다. 경제계는 원안 처리 추진에 우려를 표하면서 국회에 대안 의견을 제출했다.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이틀 앞둔 7일 여야 지도부가 공수처법, 경제3법, 노동관계법 관련 막판 협상이 결렬됐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회동을 열고 양당 지도부와 정책위 차원의 합의를 도출하기로 했지만 정작 합의를 위한 회의는 하지 않았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7일 오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병석 국회의장이 7일 오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초 양당은 원내대표간 합의에선 공수처장 추천위원회를 가동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날 여당이 공수처법 개정안 강행에 나서며 원점으로 돌아갔다. 밀도 있는 협의로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기로 한 약속도 지금 상황에선 공염불이 됐다.

현재 국민의힘 법사위 의원들은 공수처법 개정안과 경제3법 중 상법 개정안에 대해 안건조정위 회부를 요청한 상황이다. 민주당이 여야 원내대표간 합의와 상관없이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의결하려 하자 국민의힘이 막아선 셈이다.

안건조정위는 위원장이 간사 협의를 거쳐 90일 이내 활동기간을 정하지만, 본회의가 임박한 만큼 위 두 법안에 대한 조정은 당장 8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여당이 공수처법 강행을 계속 시도하면서 경제3법 원안 처리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서 원내대표 회동에서 여야는 경제3법과 노동관계법 등 경제노동 관련 법안을 양당 정책위의장, 수석부의장 차원에서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지만 향후 일정을 장담할 수 없다.

이들 법안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정기국회 내 처리를 주문했던 만큼 민주당 차원에서 강공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계가 우려하는 독소조항도 그대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계는 감사위원 분리 선임 및 대주주 3% 의결권 제한(상법),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강화,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공정거래법) 등에 문제점을 제기해왔다. 국민의힘도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완화, 사익편취 기준 명확화 등을 주장했지만 민주당 단독처리 절차를 밟을 경우 이들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대주주 의결권 3%의 경우 특수관계인 합산이 아닌 개인별로 따져야 한다는 의견과 5% 확대안 등도 언급되고 있어 일부 수정 처리가 가능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대한상의, 경총, 벤처업계, 시민단체를 두루 만나 공정경제3법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수렴했다”며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경제계는 민주당의 경제3법 강행 움직임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한국산업연합포럼 등 7개 경제단체는 이날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대안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경제계는 상법의 감사위원 선임규제는 의결권을 지나치게 제한하여 상법의 법리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상 전속고발권 폐지는 공정위의 행정·전문적 를 생략하고 사법수사를 개시할 수 있어 기업의 형사처벌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했다.

경제계는 감사위원 선임규제와 관련해서는 원칙적으로 현행 법령을 유지하되 △소액주주, 기관투자자 등 주주제안을 통해 추천된 후보에 대해서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제한하지 않고 △회사가 추천한 후보에 대해서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주주별 각 3%로 제한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다중대표소송제와 관련해서도 자산 2조원 이상 기업 가운데 완전 모·자회사 관계인 경우에 한해서만 허용하자는 의견을 전달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담긴 내부거래 규제 조항과 관련해서는 △계열사가 지분 50%를 초과 보유한 다른 계열사를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내부거래 규제 대상을 특수관계인 지분 25% 이상 기업으로 정부안 대비 완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7개 단체는 입장문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최대의 경제·고용 위기 극복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경제계의 간절한 요청에 정부·여당을 비롯한 국회도 경제계 대안에 귀를 기울여 수용해 주기를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안건조정위에도 불구하고 공수처법과 상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할 경우 9일 본회의에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진행해 법안처리를 저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임시국회를 열고 해당 법안을 재논의 할 수 있어 법안 강행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법사위 야당 간사)은 “상법 개정안은 각계각층 의견 들어 우리 경제가 지탱할 수 있는 정도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막무가내 심사로 지난 부동산 3법과 똑같은 상황이 때 전개될 수 있다”고 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공동취재 유근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