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미디어 시장의 명암도 크게 갈렸다. 영화와 공연 산업 등 대면 환경을 토대로 시장 가치를 창출해 온 미디어 산업은 어느 때보다 엄혹한 시간을 맞았다. 반면에 코로나19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한 비대면 산업은 새로운 시장 창출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미디어 커머스로 통칭되는 영역은 코로나19 시대에 가장 큰 수혜 영역으로 거론된다. 미디어 커머스는 유형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TV홈쇼핑으로 알려진 방송 기반의 미디어 커머스, 라이브 커머스 등 뉴미디어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인터넷 기반 미디어 커머스다.
모두 언택트 시대 수혜를 보고 있지만 최근에 더 각광받고 있는 것은 라이브 커머스다. 방송 포맷을 차용해 소비자와 실시간 소통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데다 소비자 반응 또한 제법 뜨겁다.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고, 모두가 판매자가 될 수 있는 환경도 한몫했다. 미디어 플랫폼과 채널은 이를 효율화하며 소비자와 소통하고 제품 및 서비스를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를 주목 대상으로 삼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 성장 가능성을 본 포털 사업자는 물론 중소 유통기업과 개인 판매업자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새롭게 열리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 뛰어들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포털 사업자는 플랫폼 경쟁력을 활용해 라이브 커머스의 성공 신화를 써 가고 있다.
반면에 라이브 커머스의 성장 가능성이 뚜렷해질수록 방송 기반의 홈쇼핑 사업자는 곤혹스럽다. 라이브 커머스가 홈쇼핑과 유사한 콘텐츠 포맷을 내세우는 탓에 홈쇼핑 방송과 쉽게 구별되지 않는 탓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외형으로 방송 플랫폼 사업자를 경유하지 않고 콘텐츠를 송출하면서 상품 판매 등 커머스 활동을 펼치는 정도다. 규제산업인 방송 콘텐츠 포맷을 활용하면서도 규제로부터는 자유로운 셈이다.
홈쇼핑 방송 사업자들은 아직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유사성을 토대로 라이브 커머스의 시장 대체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 대한 위기감도 감돈다. 방송 콘텐츠 포맷만 놓고 보면 사실상 전혀 차이를 느낄 수 없다. 단지 국가 면허를 지닌 방송 플랫폼 사업자를 경유하는지 여부에 따라 규제의 강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 나기 때문이다. 두 사업군 사이의 규제 형평성이 제기되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하고 있다. 과실만 취한 채 책무는 다하지 않는 사업자에 대한 시선이다.
사실 홈쇼핑 방송 사업자들은 중복 규제 또는 과도한 규제를 받고 있다는 불만을 품고 있다. 홈쇼핑 방송에 거는 우리 사회의 기대를 고려할 때 사업자들은 마냥 수익만을 좇기도, 방송의 공공 역할에만 치중하기도 어렵다. 방송이라는 규제산업 안에서 운신의 폭이 좁은 탓에 상업 활동 욕구는 늘 제한돼 왔다. 각종 규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TV홈쇼핑과 데이터홈쇼핑이 동종 사업자임에도 데이터홈쇼핑 사업자에만 적용되는 생방송 금지, 방송 포맷 규정 등을 놓고 지금도 규제 형평성과 임의 규제의 정당성 논란을 이어 가고 있는 것은 규제 민감성을 보여 주는 대표 사례다.
라이브 커머스의 성장은 홈쇼핑 산업계에 민감한 규제 논쟁을 더 강하게 촉발하고 있다. 그렇다고 지금 태동 단계에 있는 산업에 규제의 틀을 씌우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 정책 당국 입장에선 마냥 바라만 보며 방치할 수도, 규제를 적극 적용할 단계도 아니라는데 고민이 깊다. 관건은 시기와 함께 시장의 공정한 룰을 통한 규제 설정 방식일 것이다.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같은 결과가 된다면 또다시 뒷북 규제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장과 규제의 비정합성, 이로 인한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비정합으로 인한 간극이 다양한 제도 보완 장치 등을 통해 메울 수 있는 수준일 때 시장과 산업은 정책 및 규제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인내한다. 만시지탄은 지금까지의 경험과 교훈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김광재 한양사이버대 광고영상창작학과 교수 gwangja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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