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단임인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과제와 임무를 정리할 시점이 됐다. 만약에 문재인 정부마저 과거의 5년 단임제 정부처럼 된다면 대한민국 미래는 더 이상 없다는 긴박감에서 정리한 대통령의 3대 과업이다.
첫 번째 북한은 내년 1월 초 제8차 당대회에서 국방력 강화와 경쟁 체제 경제정책으로의 선회가 예견된다. 문재인 정부의 트레이드마크인 북한정책의 미진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운전자론까지 거론한 대통령으로서 실효적 대북 승부수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 맹점이다.
북한 비핵화는 전제 조건이 아니라 남북대화와 교류 협력을 통해 치밀하게 기획해서 추구해야 할 목표다. 북한의 평창평화게임에 비해 문 대통령의 대응은 보잘 것 없었고, 국민의 총의(總意)를 받는 승부수는 띄우지 못했다. 아무리 적대 관계에 있는 야당과 보수 언론의 거부 및 훼방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핑계나 변명의 근거로 하는 후퇴가 있어서는 안 된다. 핵 동결을 입구로 하고 핵 폐기를 출구로 하자는 비핵화조치 단계론에 충실히 매진, 북한 비핵화 포기로의 회귀를 원천 봉쇄해야 한다. 최소한 북한 비핵화 상태, 비유컨대 “못을 뽑기 전에 못대가리를 약간 뽑아 놔야지 '뽑힌다'”는 말처럼 그 정도 수준의 시금석은 마련하고 바통 터치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한 관련 부처 간 긴밀한 태스크포스(TF)를 조기 가동해야 한다.
두 번째 개헌 실패 부분이다. 4·19혁명과 6·10항쟁 이후 정치권은 어떻게든 진일보된 개헌, 즉 국민에게 다가가는 정치 체제 변경이라는 결단을 해냈다. 촛불혁명의 힘을 개헌으로 연착륙하지 못한 것은 시대 사명을 방치·폐기한 것으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 불씨는 다시금 되살려야 한다.
한국 근현대사에는 최장집 교수류의 정당중심론으로는 볼 수 없는 직접민주주의 전통이 있기 때문에 제10차 개헌에서는 국민의 직접 정치 참여 채널을 장치할 때가 됐다. 같은 맥락에서 지방분권에 대한 외면이 유신·제5공화국 헌법 조문과 동일한 현행헌법을 그대로 안고 가는 것은 너무나 반민주적이고 반시대적이다. 지난 2018년 상반기에 있은 개헌 관계자의 비전과 정무 능력은 허술·허접 그 자체였다. '촛불혁명 후의 개헌 과업'을 재시동하기 위한 인재 영입과 대통령의 집단적 읍참마속이 필요하다.
대북 승부수의 불발과 개헌 실패가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 차원의 맹점이라면 세 번째로 문 대통령의 통합정부론 공약 폐기 상태는 정치적 자기모순에 해당될 수 있다. 촛불혁명은 진보만의 승리라기보다 전국적 범위의 국민주도형 정치 결단이었다. 문 대통령의 후보 공약으로 통합정부론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탁월했다. 야합형 공동정부가 아닌 협치형 통합정부론은 지나간 시간과 무관하게 아직 유효한 공약이다. 늦어지면 그러한 시도도 미래 권력이 형성되기 전단계의 관리형 정부 중립내각쯤으로 비쳐질 수 있으니 당장 실천을 검토하기 바란다.
이제 한국 정치에서 경제와 북한 문제만큼은 정쟁(政爭) 영역에서 벗어난 곳으로 자리를 이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통합정부에 대한 문 대통령의 정치력 발휘는 양극단의 광장 대결 구도를 끊으며, 대한민국 정치 사회의 새로운 주류를 등장시키고 한반도평화·개헌 과제까지 완수·완성하는 추가 효과도 볼 수 있다.
문제는 문 대통령의 정치력만으로는 불가능하고, 정당정치가 복원돼 협치가 이뤄질 때 실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주체 내지 중심인 한국 정당정치가 정상 궤도에서 이탈하고 있는 한 세계 경제가 잘된들, 한반도가 평화체제에 들어선들 그 정치경제 효과는 곧장 분산·분해·소실될 게 분명하다. 소화기 계통에 이상이 있는 사람에게 좋은 음식이 들어가는 격이다.
한국의 위기는 낮은 수준의 정당정치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그 원인 진단과 대안 제시는 한국청사진의 핵심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오랜 세월 증오의 질곡에 갇혀 있는 요지부동의 한국 정치가 움직일지는 의문이다. 지금의 여·야 정치가 대세 정치의 파도타기, 위선적인 당 노선 변경 등은 아닌지 걱정될 뿐이다. 반복하건대 문 대통령의 정치력과 정당정치 복원을 통한 협력정치가 가동될 때 비로소 한국 정치의 과제가 풀릴 것이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palma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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