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가수 임영웅의 차로 불리는 쌍용자동차 '올 뉴 렉스턴'이 디자인과 성능이 큰 폭으로 개선되면서 인기다. 11월 출시되면서 쌍용차가 같은 달 올해 최다 월간 판매량을 기록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쌍용차는 올 뉴 렉스턴 디자인에서도 큰 변화를 줬지만 운전자에게 가장 만족스러운 건 뛰어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강화다. 차급에 비해 부족했던 최첨단 기능이 추가되면서 상품성이 제고됐다는 평가다.
렉스턴은 쌍용차가 2001년 처음 선보인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2017년 완전변경 모델을 내놨으나 ADAS 기능이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랫급인 중형 SUV '코란도'에서도 지원하는 반자율주행 기능이 없어 운전 편의가 떨어진다는 지적이었다.
쌍용차는 2세대 부분변경 모델 올 뉴 렉스턴을 출시하면서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고속도로 안전 속도 제어, 안전 하차 경고, 차선 중앙 유지 보조 등의 기능을 추가했다.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고 있어야 하지만 차선 중앙과 앞차와의 간격을 인식해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 구현이 가능해졌다. 운전의 일부를 차량에 맡겨 피로감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올 뉴 렉스턴 시승행사는 인천 영종도 옆 용유 왕산마리나에 열렸다. 시승차는 최상위 트림인 '더 블랙'이다. 쌍용 엠블럼, 라디에이터 그릴, 20인치 타이어 휠 등 외관과 실내 곳곳에 블랙 컬러가 적용돼 강인한 인상을 줬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더 키우고 패턴에 변화를 주면서 더 세련된 디자인이 완성됐다. 후면부에 있던 'G4' 엠블럼도 빼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을 완성했다.
시승 구간은 영종도 일대 55㎞ 코스다. 차체는 컸지만 탑승은 쉬웠다. 1열 문을 열면 발 받침대가 자동으로 펼쳐졌다. 키가 작더라도 승·하차하는 데 불편함은 없을 듯하다. 문을 닫으면 발 받침대는 접혔다.
감성적 손길도 느껴졌다. 시동을 켜자 기어노브에 불이 'R, N, D, M, P' 단계적으로 켜졌다. 어려운 기술은 아니지만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 쌍용차의 노력이 엿보였다.
시승을 위한 운행 거리와 시간 제약이 있어 반자율주행 기능 위주로 체험했다.
운전대는 아랫부분이 D컷으로 깎여 있어 운전이 편했다. 반자율주행 기능은 운전대 오른쪽에 위치한 버튼으로 활성화할 수 있었다. 'NAVI' 버튼을 누를 경우엔 디지털 계기판에 내비게이션 화면이 나타났다.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활성화하자 목표 속도까지 가속했다. 앞차가 나타나자 거리를 적당히 유지하며 주행했고 앞차가 멈춰서자 제동했다. 급제동은 없어 도심 정체 구간 사용도 충분할 듯했다.
차선 중앙 유지 보조 기능은 양쪽 차선으로 중앙을 찾아 주행하는 게 아닌 차선을 벗어나지 않게 해주도록 구현됐다. 급커브가 아니라면 차선을 인식해 회전했다.
고속도로에서 주행할 때 내비게이션 데이터를 바탕으로 안전 속도를 조절해 운전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전후방 센서를 활용해 충돌 위험이 있는 긴급 상황에선 차량이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아 운전자 안전을 보호한다.
쌍용차는 파워트레인도 강화하면서 가속 성능도 개선됐다. 4기통 2.2ℓ 파워업 LET 디젤 엔진은 최대마력202마력, 최대토크45.0㎏·m으로15마력과2.0㎏·m이 높아졌다. 힘은 강해졌으나 연비는 복합연비 기준11.6㎞/ℓ로 10%가량 좋아졌다. 다만 차량의 크기와 중량을 고려할 때 향후 고마력 모델도 출시됐으면 한다.
주행 시 변속 충격을 느끼진 못했다. 올 뉴 렉스턴은 제네시스·현대·기아차에 공급되는 현대트랜시스의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운전 시 디젤 차량 특유의 진동과 엔진음이 느껴진다. 다량의 흡·차음재가 들어가면서 노면이나 창문으로 유입되는 외부 소음은 적다.
실내엔 최첨단 기술이 곳곳에 묻어난다. 계기판은 아날로그 방식에서 12.3인치 풀 디지털 계기판으로 바뀌었다. 주행 데이터, 내비게이션 경로, 콘텐츠 정보 등을 표시한다. 차체가 커도 주차는 어렵진 않다. 4개의 카메라를 사용해 주변환경을 보여주는 '3D 어라운드뷰' 기능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와 개발한 커넥티드 카 시스템 '인포콘'도 지원한다. 운전자는 스마트폰으로 차량을 원격제어할 수 있다. 여름과 겨울, 차량 탑승 전 시동을 미리 켜고 에어컨, 히터를 작동하는 데 유용하다.
2열 공간과 트렁크 공간은 넉넉하다. 가족 여행이나 레저 활동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2열 등받이는 139도까지 눕힐 수 있고 무릎공간도 충분해 잠자는 데도 불편함이 없다. 784ℓ의 트렁크는 골프백을 가로로 4개까지 수납할 수 있는 크기다. 2열까지 접으면 1977ℓ로 확장 가능하다.
'안전은 결코 타협하지 않는다'라는 쌍용차 철학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탑승자 안전을 최우선 가치에 두고 차량을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승객실을 강화 설계하고 81.7% 고장력 강판을 사용했다. 또 프론트 범퍼빔에 1.5기가 파스칼급 초고강도강을 적용했다.
가격 경쟁력도 있다. 정규트림의 경우 중형 SUV 수준으로 △럭셔리 3695만원 △프레스티지 4175만원이다. 이번에 시승한 스페셜 트림인 '더 블랙'은 4975만원이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