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세계적인 컴퓨터 영상 인식 대회인 이미지넷에서 토론토대학 슈퍼비전 팀은 다른 팀과 10% 이상의 차이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 동안 인식률이 75%를 넘지 못하던 이 분야에서 큰 격차로 우승을 했다는 것은 연구자들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3년 후 컴퓨터 영상 인식률은 사람의 인식률인 95%를 뛰어 넘는다. 이 기술이 바로 꺼져가던 인공지능(AI) 기술을 다시 일으킨 딥러닝이다. 그리고 딥러닝 기술은 AI 분야에 다시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딥러닝은 인간의 뇌 신경회로를 모방한 신경 회로망을 다층 구성해 컴퓨터가 다양한 데이터를 사람처럼 생각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딥러닝으로 다시 확산된 AI 기술 발전이 급속도로 발전한 배경에는 오픈소스 기반 생태계(플랫폼) 조성이 있다. 구글, 페이스북 등은 발빠르게 AI 플랫폼을 개발,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연구자들이 새로운 알고리즘을 빠르게 개발하고 다시 공개하는 선순환 구조가 시작된 것이다. AI 플랫폼의 정착은 AI 기술 개발 장벽을 낮추는 계기가 됐고, 다양한 분야에서의 AI 기술 활용을 가능하게 했다.
항공우주 분야에서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AI 기술을 접목하고자 하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인공위성 및 항공기는 그 동안 항공·위성 영상과 같은 데이터를 축적해왔다. 하지만 항공우주 데이터는 자율 주행과 같이 널리 알려진 분야의 데이터와 다른 특징을 갖는다. 예를 들어 항공·위성 영상의 경우 자율 주행 영상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자율 주행 영상의 경우 사람이 바라보는 시각과 유사하기 때문에 사람을 볼 때 정면에서 바라보는 영상과 같은 일반적인 특징을 갖는다. 반면에 항공·위성 영상은 상공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시각으로 사람을 바라보기 때문에 정수리 부분을 바라보는 형태가 된다. 또한 높은 고도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사람이나 차량과 같은 인식해야할 객체가 일반 영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고, 매우 작은 특징을 갖는다. 특히, 드론 영상의 경우 고도와 시각에 따라 지상에 있는 객체의 형태나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인식할 대상을 학습하기가 더욱 까다롭다.
이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AI 기반으로 드론 영상의 객체를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밀집돼 있는 작은 객체들을 잘 찾을 수 있도록 학습된 것이 특징이다. AI 기반으로 드론의 지능이 향상되는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술인 셈이다. AI를 통해 드론이 촬영한 영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며, 객체를 탐지하는 방식으로 인식하기 어려운 작은 객체를 보다 잘 찾을 수 있도록 구현했다. 여기에 더해 처음 찾은 결과를 두세 번 재검토하는 방식을 추가함으로써 보다 정확하게 원하는 객체를 탐지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개선했다. 그 결과 세계 3대 AI 학회인 ECCV 워크숍 중 드론 영상 기반 객체 탐지 대회인 VisDrone에서 우승함으로써 기술의 우수성을 검증 받았다. 향후 이 기술은 여러 대의 드론이 함께 비행하는 형태인 군집 비행 기술과 접목될 전망이다. 넓은 영역을 다수의 드론으로 빠르게 탐지할 수 있어 실종자 수색이나 잔불 감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용이 기대된다.
객체 탐지와 같은 AI 기술은 드론의 활용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드론의 자율 비행 및 임무 수행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인 셈이다. 앞으로 딥러닝 기반의 다양한 기술이 드론에 적용되고, 성능 향상 및 무게 절감을 위해 AI에 특화된 반도체가 탑재될 것이다. 4차 산업 혁명시대 주인공으로 불리는 드론이 AI를 만나 더 똑똑해지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문성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인공지능연구실 선임연구원 stmoon@ka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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