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관리가 중요한 정수기는 렌털 회사가 시장을 주도한다. 렌털 1위 코웨이가 정수기 시장에서도 여유롭게 1등을 달리는 가운데 LG전자와 SK매직이 치열한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청호나이스, 웰스 등도 기술 경쟁을 주도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새해 삼성전자의 정수기 출시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시장에 전운이 감돈다.
◇코웨이·LG전자·SK매직 '1강 2중'
정수기 시장과 렌털 시장은 닮았다. 정수기 업계가 동의하는 사실 가운데 하나다. 렌털 아이템 가운데 가장 오래됐고 규모도 커 '렌털 점유율=정수기 점유율'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정수기 시장점유율을 어느 정도 추정해볼 수 있다.
상반기 렌털 누적계정수는 코웨이 635만, LG전자 약 230만, SK매직 190만, 청호나이스 150만, 웰스 75만이다. 그리고 업계 1위 코웨이의 정수기 시장점유율은 대략 35%에서 최대 40%로 알려져 있다.
이에 근거하면 LG전자와 SK매직이 15% 내외 점유율로 코웨이를 뒤쫓는 모양새다. 두 회사가 최근 공격적 마케팅으로 정수기를 경쟁사보다 많이 판매한다는 전제 하에서다. 자체 조사결과 20%를 넘는다고 밝히고 있으나 코웨이와 격차를 고려할 때 20%를 넘기는 어려워보인다. 연간 정수기 시장 규모는 180만~200만대로 추산된다.
코웨이는 1998년 국내 최초 정수기 렌털을 시작하며 가장 익숙한 브랜드가 됐다. 누적계정수와 점유율 모든 면에서 경쟁사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2011년 국내 최초 살균정수기, 2018년 국내 최초 역삼투압(RO) 멤브레인 필터 적용 '시루직수 정수기' 출시 등 정수기 기술을 선도했다.
2009년 동시에 정수기 렌털 사업을 시작한 LG전자와 SK매직은 10년이 흐른 지금까지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펼치고 있다. 서로 '내가 더 높다'며 물러서지 않는다. LG전자는 직수관까지 매년 무상 교체하는 '케어솔루션'을 최대 무기로, SK매직은 '스스로 직수정수기' 등 직수기술을 무기로 내세우며 날을 세웠다. SK매직은 LG전자 정수기 계정수가 '냉장고 정수기까지 포함해 부풀려졌다'고 공격하는 등 신경전도 치열하다. 업계에서는 '냉장고 정수기도 정수기'라고 인정하는 분위기다. 정수기 형태는 다양할 수 있고, 렌털 관리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청호나이스·웰스 등 '맹추격'
청호나이스가 1강 2중 다음의 '약'으로 분류 당하기에는 다소 억울하다. '1강 3중'이라고 해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1993년 회사 설립 이후 정수기 사업에 매진, 2003년 세계 최초 얼음정수기 '아이스콤보'를 선보였다. 2010년 와인셀러 얼음정수기를 비롯 2011년 초소형 얼음정수기, 2014년 커피얼음정수기 등을 세계 최초 출시했다. 정수기 브랜드 인지도만 놓고보면 코웨이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정수기 전문회사라는 인상이 강하다. 고가 제품 비중이 높아 계정수 경쟁에서 다소 불리한 측면도 있다. 청호나이스 정수기 점유율은 10% 내외로 추정된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당사는 고가 제품이 많아 중저가 제품 위주인 경쟁사와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웰스, 현대렌털케어 등의 추격세도 무섭다. 웰스는 '웰스 디지털 냉각시스템' 등 반도체 냉각 방식을 적극 도입하는 등 기술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 시장 진출 '핫이슈'
새해 정수기 업계 최대 관심사는 삼성전자 정수기 출시다. 연내 나온다는 소문만 무성하던 삼성전자 정수기는 결국 해를 넘겨 출시될 전망이다. 냉장고에서 정수기 기능을 제거했던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양문형 정수기 냉장고'를 필두로 주요 신제품에 정수 기능을 탑재하기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지정 '국제위생재단(NSF)' 인증 필터를 사용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한 걸음 나아가 정수기 단독 제품이 나올 것이라는 추측이 꾸준히 나왔다. 새해 초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장 렌털 관리 인력이 부족한 만큼 자가관리형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참전하면 기업 규모와 이미지, 전국 서비스망 등을 고려할 때 단숨에 정수기 시장의 지형도를 바꿀 것으로 점쳐진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