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일부가 전격 교체됐다.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 등 4개 부처 장관이 물러났다. 청문회를 포함한 임명 절차를 곧 시작한다. 장관 임명장도 받기 전이지만 추가 개각설로 다시 정국이 술렁인다. 대상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다. 세부 후보 면면에서 개각시점까지 흘러나왔다. 어수선한 정국, 장관 재직기간, 정책 리더십, 보궐선거와 같은 양념까지 곁들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물론 근거 없는 소문일 수 있다. 뚜껑을 열기까지 알 수 없는 게 인사의 속성이다.
공교롭게 2차 개각대상이 대부분 산업 관련 부처다. 행정부 체계에 산업정책 부처라는 범주는 없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산업 육성과 지원, 기업 활동을 직접 관장한다. 경제정책 중에서 통화·재정·금융은 거시경제에 속한다. 반면에 산업은 미시영역이다. 실물경제가 대상인 산업정책은 동전의 양면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진흥 혹은 규제, 보호 혹은 시장주의, 기업 지원 혹은 생태계 육성이냐 등은 정책 방향을 결정할 때 늘 고민하는 숙제다. 대개 정권 입장과 이념, 장관·공무원 가치관에 따라 정책 가르마가 갈라진다.
산업정책은 무엇보다 현장에 근거한다. 기업규모와 산업성숙도, 경제성장 속도에 따라 정책 목적이 달라진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산업기반을 갖춰야하는 60~70년대는 수출주도형 산업정책이었다. 수출에 필요한 자금과 기업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외자도입, 저축 장려, 정책자금지원 등이 대표 정책이었다. 70~80년대는 개별산업 육성이 목적이었다. 전자, 조선, 기계, 철강 등 산업에 따라 지원근거법을 수립하고 업종별 맞춤형 정책을 수립했다.
90년대는 또 달랐다. 당시는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에 가입하면서 정부 개입이 녹록치 않았다. 정책으로 시장에 관여하기 쉽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인력, 기술, 자금 등 기업에서 필요한 필수기능에 맞춘 산업정책이 대세였다. 2000년대 이후는? 산업화 정점으로 기업의 위상과 역할, 규모가 정부 이상으로 커졌다. 자유 시장경제 체제가 세계 표준으로 굳어졌다. 산업정책도 기반구축,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혁신, 새로운 산업을 위한 규제완화 등 생태계 전체를 육성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사실 산업정책에 옳고 그른 건 없다. 정책성과가 있을 뿐이다. 국민편익에 도움이 되고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면 맡은 바 소임을 다한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잊지 말아야 한다. 바로 장관과 공무원의 역할이다. 산업정책은 국민 삶과 연관이 클 뿐더러 기업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만큼 외부입김이 작용할 여지도 크다. 자칫 압력단체나 정치권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 잠깐 방심하면 공익 보다는 사익, 국민 보다는 권력을 바라볼 수 있다.
이 때 등장하는 게 '산업정책 무용론'이다. 과거에는 역량과 규모가 커진 기업이 시장 중심으로 부상하고 세계화 흐름에 따라 정부 역할이 작아졌다는 추세 때문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현장을 읽는 정책이 아예 실종됐다. 정책이 정치에 먹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정책을 정권이나 장관 홍보를 위한 선전용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아니면 존재감이 없을 정도로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까지 나온다. 정책 수혜자인 기업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이유다.
정책주체인 공무원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장관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힘 있는' 장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대전제는 역시 장관의 현장 전문성과 정책을 보는 철학이다. 2차 개각이 코앞이다.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고 한다. 영혼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게 장관의 소신이다. 잊지 말아야 한다. 정권은 순간이지만 정책은 영원하다.
취재총괄 부국장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