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다음은 인간형 로봇”...현대차그룹, 로봇 사업 본격화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스팟(왼쪽)과 아틀라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스팟(왼쪽)과 아틀라스

현대차그룹은 로봇 기술 선도 기업인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해 로봇 사업을 그룹 차원의 새로운 비즈니스로 육성한다. 단계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기술력까지 고도화, 시장 게임체인저로서 기술을 지속 선도할 계획이다.

1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그룹 내 3사가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8억8000만달러(약 9600억원)에 인수했다.

투자한 지분율은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20%이다. 나머지 지분 20%는 소프트뱅크그룹이 지속 보유해 현대차그룹과 협력관계를 유지한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계기로 로봇 시장에서 수요가 가장 많은 것으로 예상되는 물류 로봇 시장에 우선 진출한다.

물류 로봇을 통해 확보한 요소 기술을 활용해 이후 이동형 로봇 시장에 진입한다. 이후 미래 로봇 산업에 있어 폭발적 성장세가 예상되는 인간형 로봇 사업 영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인간형 로봇은 개인용 전문 서비스가 가능해 전망이 밝다.

타겟 시장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한 뒤 각 시장에서 글로벌 톱 수준의 입지를 확보하는 단계적 전략으로 미래의 핵심 로봇 시장을 공략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물류 로봇은 물류에 특화된 기술과 역량이 필요하며 상·하차, 이송, 저장, 피킹(Picking) 등 물류 현장과 창고 등의 작업에 투입되는 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물류 자동화를 위한 '픽(Pick)', '핸들(Handle)' 등의 로봇을 보유하고 있다. '픽'은 딥러닝을 사용하고 고해상도의 2차원(2D), 3차원(3D) 센싱을 통해 도전적인 환경에서도 다양한 박스를 정확하게 찾아낸다. 주로 고정된 상황에서 손이 아닌 흡착판으로, 물품을 흡착해 작업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움직이는 피킹 물류 로봇 '핸들'의 경우에도 기존 로봇들이 물품이 쌓여 있는 팔레트를 통째로 옮기는 방식과 달리 팔레트에서 물품을 하나씩 꺼내 예정된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운송 로봇 등 타 로봇과의 협업도 가능해, 물류 창고에서의 로봇을 활용한 최첨단 자동화 시스템의 비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물류 로봇에 이어 안내, 지원이 가능한 이동형 로봇 사업에도 진입할 계획이다. 이동형 로봇이 지형에 상관없이 작동하기 위해선 배터리, 구동 및 보행 기술이 필수적이다. 건설 현장, 시설 보안 등에 있어 점검 및 순찰 기능 수행을 할 수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지난 2015년 처음 공개한 '스팟(Spot)'은 이미 건설 현장을 모니터링하거나 가스, 석유, 전력 설비를 감시하는 데 투입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진입하려는 시장은 개인 서비스가 가능한 인간형 로봇 시장이다. 특정 영역을 위한 서비스 로봇에서 범용 서비스 로봇으로 진화를 꾀하고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 서비스 로봇으로 사업 범위를 전방위로 확장한다는 의미다.

인간형 로봇으로 불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목적 팔과 이족보행 기술이 필수다. 사람과 유사한 손과 다리를 바탕으로 환자 간호부터 집안일까지 대행할 수 있다. 최근에는 우주 개발을 위해 우주 비행사를 도울 수 있는 인간형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리포트앤리포트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2023년에 39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앞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불리는 '아틀라스'를 개발한 바 있다. 아틀라스는 빠르고 정교하며 점프, 물구나무서기, 공중제비 등 전신 이동성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고안된 고도의 연구 플랫폼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기술의 발전과 코로나19 펜데믹에 따른 고령화와 비대면 트렌드 확산으로 로봇의 도입은 피할 수 없는 미래가 됐다”며 “이번 인수를 계기로 로봇 산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고 게임체인저로서의 면모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