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爭에 밀린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법'…개교도 늦춰질 판

여야, 공수처법 개정 등 갈등 장기화
두 달째 국회 법안소위 문턱 못 넘어
국민의힘, '설립 필요성' 자체 부정
새해 상반기 통과 못하면 일정 차질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조감도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조감도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법'(에너지공대법)이 발의된 지 2개월 가까이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에서 대학 설립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등 반대 의견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및운영에관한법률(공수처법) 개정 등으로 여야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향후 안건 상정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한전공대설립단은 새해 상반기까지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2022년 3월로 예정된 개교 일정도 늦춰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14일 국회와 한전공대설립단에 따르면 에너지공대법은 이달 법안소위 심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6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지만 이후 과정인 법안소위 심사를 받지 못하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 등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고, 공수처법 개정안으로 인한 여야 갈등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법안을 발의한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소위 심사를 받기 위해서는 여야 간사가 협의해야 하지만 공수처법 개정안으로 인해 심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국민의힘에서 '호남동행'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대하는 의원이 있어 쉽사리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너지공대법은 에너지공대를 설립하기 위한 법률 근거를 담았다. 법이 시행되면 지난 4월 교육부에서 '학교법인'으로 승인된 '한국전력공과대학교'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로 명칭이 바뀐다. 에너지공대는 이 법을 근거로 자율적인 입학 전형과 교과 과정을 도입할 수 있다. 또 공공기관이 에너지공대에 출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도 명확해진다. 에너지공대가 에너지 분야 연구중심대학으로 만들어지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근거가 법안에 집약됐다.

한전 고위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돼야 에너지공대의 신입생 모집 요강 등을 확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전공대설립단은 법안이 새해 상반기까지 통과되지 못하면 예정된 개교 일정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설립단은 에너지공대를 2022년 3월 개교할 계획이다. 후년 신입생을 선발하기 위해서는 새해 하반기에 모집 요강을 마련할 근거가 확보돼야 한다.

한전공대설립단 관계자는 “일반대학은 5월에 모집 요강이 나온다”면서 “수시전형을 통해 학생 선발을 하더라도 상반기 안에는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는 향후 법안 심사 일정을 잡는 일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야가 공수처 개정안을 두고 장기 대치할 가능성이 짙고, 일부 야당 의원이 대립각을 강하게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재 의원은 지난달 산업위 전체회의에서 학령인구 감소 등을 이유로 에너지공대 설립 반대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신정훈의원실 관계자는 “국민의힘에서 법안을 결사 저지하겠다는 의원이 몇 명 있고, 그 가운데에는 산업위 소속이 아닌 의원도 있다”면서 “국민의힘이 당론 차원에서는 반대하지 않지만 태도 변화는 느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