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디지털사회 전환 등으로 인해 급증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의 근무 조건과 보호장치 등을 규정한 종합 대책을 내놓는다. 직접 고용도 자영업자도 아닌 모호한 위치에 있는 플랫폼 노동자의 지위를 명확히 하고, 사회 안전망에서 배제되는 문제까지 해결한다는 취지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주 고용노동부 중심으로 관계 부처 합동으로 플랫폼 노동자 보호와 관련된 종합 대책을 발표한다. 새로 떠오르고 있는 플랫폼 노동에 대해 정부 차원의 첫 종합 대책이 마련되는 셈이다. 이날 발표한 정부안을 골자로 공청회 등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새해 1월 입법안을 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고용노동부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플랫폼 기업 및 노동자를 전담할 전담 부서도 신설하기로 했다.
종합 대책에는 △플랫폼 기업의 표준계약서 사용 권고 △플랫폼 노동자 공제회 설립 권고 △산재보험을 포함한 사회보험 적용 의무화 △종사자에 대한 이륜차 보험료 부담 완화 방안 마련 △플랫폼 업체 등록제 시행 등이 담긴다.
플랫폼 노동자의 범위와 인력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퀵서비스·배달 플랫폼 기업과 대리기사 등이 우선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음식점과 배달기사 사이에서 배달 용역을 중개하는 배달대행업체는 현재 전국에 100여곳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상당수는 배달기사와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계약한다. 전속성이 있고 실질적인 업무 지시가 이뤄진다는 측면에서 고용 계약에 해당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신분은 개별 자영업자에 가깝다. 또 이들의 계약이 별도의 규정 없이 구두계약으로 대체되거나 계약 조건이 배달기사에게 불리한 경우가 빈번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정부는 플랫폼 기업과 소속 노동자는 전자문서를 포함한 서면계약을 원칙으로 하되 표준계약서 사용을 권고하는 내용을 새 법안에 포함하기로 했다. 계약 사항 외 업무 강요, 부당비용 청구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표준계약서에 담길 예정이다. 이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는 새해 1분기에 주요 플랫폼 사업자 대상으로 불공정 계약 여부를 점검할 계획도 세웠다.
플랫폼 노동자의 사회보험 적용도 의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플랫폼 노동자가 내는 고용보험료와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임금근로자와 동일하게 정부 '두루누리' 사업 지원을 받도록 개선한다. 두루누리 사업은 소규모 사업을 운영하는 사업주에게 소속 근로자의 사회보험료를 조건에 따라 최대 90%까지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한 공제회 설립도 추진된다. 플랫폼 노동자가 받는 수수료의 일부를 공제해서 이를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공제회 구성 요건과 운영 성격에 따라 정부 지원 가능성도 열어 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사회로 전환하면서 기존과 다른 새로운 형태의 근로자가 다수 등장하게 됐다”면서 “플랫폼 노동자의 지위를 정의하고 업무 과정에서 발생할 안전망을 정부가 마련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노동은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탄생한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노동이 거래되는 새로운 고용 형태를 말한다. 배달대행, 대리운전, 우버 택시처럼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의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에 연계해 일한다. 대부분 플랫폼 노동자는 소속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탓에 보상 체계가 제 각각이다. 또 보험 가입이나 근로계약도 불분명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정확한 지위 규정과 안전망 확보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다음 주 '플랫폼 노동자' 종합대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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