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전성시대다. 오토바이 배달 산업은 폭풍 성장했다. 전·후방 산업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오토바이는 물론 보호용 헬멧 수입량도 급증했다. 급기야 자전거·보도 배달원까지 등장했다. 일자리 창출에도 한몫 기여하고 있다. 코로나19 비대면 사회는 우리나라 배달 산업이 획기적으로 성장하는 도화선이 됐다.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거래 규모는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2013년 시장 규모가 30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10배 이상 증대했다.
국내만의 현상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모든 나라에서 택배·배달 산업이 커졌다. 배달 사회로의 전환은 세계적 현상이다. 미국에서도 9일(현지시간) 배달앱 점유율 1위 도어대시가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뉴욕증시에 상장되자 기업 가치는 718억달러를 기록했다.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 사회,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 소비문화, 가정 내 식사문화 확산이 복합 작용할 결과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배달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서 오토바이 배달은 이제 국가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망이다. 심장에서 뿜어낸 혈액을 몸 구석구석까지 전달하는 모세혈관 같은 존재다. 일상에서 분리할 수 없다. 국내외 공장에서 제조된 상품을 전달하거나 분식집에서 만든 떡볶이를 목적지까지 옮겨다 주는 근거리 생활물류망이다. 무시할 수 없는, 어엿한 플랫폼 산업이다. 라이더로 불리는 배달원은 플랫폼 노동자로 불린다.
문제는 배달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곳곳에 문제점이 보인다. 법·제도적으로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보험 가입에서부터 제도권에서 외면되는 게 현실이다. 배달 산업 급성장의 이면에는 사고를 유발하는 블랙아이스가 깔려 있다. 근대화 산업화 사회 이면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수많은 일상 속 인재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1970~1980년대 고도성장기를 거쳤지만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사고도 목격했다. 1994년 성수대교,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대표적이다.
이제는 정부도 배달 산업의 존재를 인정하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일부 폭주족의 심심풀이 일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 등 메이저 배달기업 역시 동참해야 한다. 특히 이른바 '배달원안전기금' 도입 논의를 시작하자. 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지만 보험 가입이 안 돼 치료를 받지 못하는 수많은 라이더가 오늘도 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서울 시내 주요 간선도로에 홀로 서 있는 오토바이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사회 안전망을 구성하는 첫 단추가 필요하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쿠팡이츠 등 주요 주문중계 업체가 자발적으로 라이더 안전기금 마련 논의를 진행하는 건 어떤가. 바로고, 메쉬코리아, 생각대로 등 오토바이 배달대행 업체 역시 기업 시민으로서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눈앞의 이익만이 아니라 종사자의 안전과 복지도 생각해야 한다. 함께 가야 오래 갈 수 있다. 지난해 이맘 때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빅딜을 발표했다. 배달의민족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4조7500억원에 매각하는 것이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도로가 결빙되는 한파가 찾아왔다. 주문이 늘면서 오토바이 사고도 늘 수밖에 없다. 2020년 한겨울 배달업계에 가장 필요한 것은 뭘까. 바로 나눔과 애정이다. 출퇴근길에 길가에서 홀로 선 오토바이가 자주 목격된다. 주인은 어디에 갔을까. 오토바이 라이더는 한 집의 가장이거나 이웃집 청년일 수 있다.
김원석 경제금융증권부장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