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중해야 할 플랫폼 노동자 고용보험

[기자수첩]신중해야 할 플랫폼 노동자 고용보험

정부가 배달기사 등 디지털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한다. 고용보험 적용 확대를 비롯해 사회안전망 확충이 골자다. 좋은 취지지만 정작 현장에서 모두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동안 배달기사는 특정 사업장에 소속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이 외주 형태로 전환되기 시작한 것은 고정 인건비를 아끼려는 사업주, 종속 지시 없이 원하는 시간에 근무하려는 근로자, 이를 구현할 기술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은 배달 시장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식당 상권과 매출 확대에 한몫했고, 소비자의 배달 음식 선택권을 늘렸다.

고용보험 확대는 최근 흐름을 읽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새해에 법안이 통과되면 누군가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고용보험료 납부만큼 노동자 수입이 줄어들거나 플랫폼 운영비가 늘어난다. 현행 배달 시장 규모를 유지하려면 배달 비용은 음식점이나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배달기사 공급은 줄고 배달난은 더 심화할 것이다.

플랫폼 노동자 대부분은 특정 플랫폼에만 근무하는 전속성이 없다. 각사 수수료 프로모션과 일감 숫자에 따라 하루에도 3~4개 플랫폼을 번갈아 가며 일한다. 이들은 자발 퇴직이 아니라 '해고'가 발생해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고정 인건비를 지출하지 않는 플랫폼사가 굳이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현재 초안은 '평월 대비 수입이 일정 이상 줄어드는 경우' 지원을 고려한다지만 이 방식은 노동자 태업이나 경기 악화에 의한 수입 저하를 걸러내지 못한다.

사실 플랫폼 노동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사안은 고용 안정보다 부당한 업무 지시를 내리는 '위장 플랫폼 노동'이다. '숙제' 등을 통한 비정상의 출퇴근 관리와 등급제, 배치 알고리즘 조작이 대표적이다. 기업이 직접 고용하지 않으면서 서비스 품질을 높이려다 보니 생긴 문제다.

고용보험이 플랫폼 노동자에게 안전망을 줄 것처럼 포장될 수 있지만 실익은 크지 않다. 노동자가 근무 형태를 고르게 하고, 기업이 지향하는 바에 따라 직접 고용과 플랫폼 노동을 선택할 수 있는 게 대세다. 이를 감안한 정책이 더 시급하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