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보통신기술(ICT) 수준이 선진국보다 낮다는 조사 보고서가 공개됐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비대면 경제 활성화를 위한 ICT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비대면 경제 플랫폼 원천기술인 빅데이터·인공지능(AI)·클라우드 기술 수준은 미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에 비해서도 낮다”면서 “기술 격차를 따라잡는 데 2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새해에도 디지털 뉴딜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하고 연구개발(R&D)에 약 27조4000억원을 지원하는 등 비대면 경제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대규모 IR&D 사업을 추진하지만 정작 ICT 수준은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ICT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지적은 처음이 아니다. ICT 강국으로 불리며 선진국에서도 부러워할 정도로 기술력을 자랑했지만 지금은 과거 이야기일 뿐이다. 문제는 후퇴한 원인이다. 입법조사처가 분석한 배경은 R&D 기관의 협력 부진이었다. 핵심 연구기관의 보이지 않는 장벽 때문에 기술 진화 속도가 더디다는 것이다. 보고서에서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과 기초과학연구원(IBS) 등이 과학기술 R&D,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4개 과기원이 교육과 연구를 맡지만 이들 기관 간 공식적인 협력체계는 사실상 없다”고 꼬집었다.
새겨들어야 한다. 사실 정부가 세세한 연구기관의 연구 주제와 내용까지 관여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연구기관 스스로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연구 활성화라는 미명 아래 출연연끼리 불필요한 경쟁을 유도한다면 정부가 먼저 나서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연구기관도 스스로 다른 연구기관과 협조할 의지 여부를 먼저 자문해 봐야 한다. 개방 또는 열린 연구가 세계 추세다.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 정부 연구기관의 경쟁 상대는 세계 곳곳에 있는 각 나라 대표 연구소다.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국내에서 아웅다웅해 봐야 답이 없다. 정부는 세계 무대에서 뛸 수 있도록 연구기관을 독려할 수 있는 기반과 제도를 마련해 줘야 한다. 연구기관도 칸막이를 없애고 주제와 연구 방향별로 협조할 수 있는 전향적 자세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