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지털 뉴딜 성패, '데이터 댐'에 달렸다
1931년에 시작된 미국의 후버댐 건설 사업이 재조명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이 사업이 대공황 타개의 도구로 머물지 않았다는 데 있다. 뉴딜 정책의 하나로 추진된 후버댐은 건설 이후에도 굵직한 결실을 이뤄냈다. 홍수 방지는 물론 캘리포니아, 네바다 등 미국 서부 일대에 식수와 산업용수를 공급했다. 덕분에 사막 한 가운데 라스베이거스가 탄생했고, 댐 자체도 관광자원으로 손색이 없어 지금까지 가장 성공한 다목적댐으로 거론된다.
'데이터 댐'은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디지털 뉴딜' 사업의 대표과제다. 데이터 댐이란 데이터가 모여 흘러갈 수 있는 기반을 의미한다. 개념을 살펴보면, 데이터를 축적해 댐에 담고 인공지능, 5G 통신 네트워크와 결합하여 방류함으로써 스마트 농업, 스마트 공장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데이터가 가치 있게 활용되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의 일자리와 경제 활성화 효과 뿐 아니라 각 분야의 혁신과 우리 미래를 위한 투자도 놓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겼다고 볼 수 있다.
데이터 댐에는 데이터 수집과 축적 및 가공, 데이터 활용 단계에 따라 7개의 핵심사업이 있다. 우선 빅데이터 플랫폼과 센터,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를 구축해 양질의 데이터를 생산, 개방하고 인공지능 기술 도입과 데이터 가공을 지원하는 바우처 사업을 통해 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산업 현장에 쓰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울러 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 환경 마련에 필요한 플래그십 프로젝트와 바우처를 지원하고 인공지능 융합 선도사업에서는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공공서비스 등에 선도적으로 접목해보는 시도가 추진되고 있다.
사실 이렇게 말로만 설명해서는 후버댐조차 어떤 모습인지 상상하기 어려우니 데이터 댐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데이터 댐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궁금하다면 지금 인터넷 검색창에 'AI 허브'와 '통합 데이터지도'를 입력해서 두 서비스에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
AI 허브에는 인공지능 개발에 필수적인 AI 학습용 데이터가 개방돼 있어 신청만 하면 누구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AI 데이터 활용사례를 유형별로 분류하고, 구체적인 활동 자료 등이 함께 게재되어 있으니 활용 아이디어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통합 데이터 지도에는 2019년부터 축적한 빅데이터 플랫폼과 센터의 데이터를 검색할 수 있는데,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민간기업의 데이터 유통·거래를 통해 새로운 데이터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데이터지도 내 데이터 스토리에서는 분야별 플랫폼의 데이터와 이용기업의 데이터를 융합·분석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데이터 활용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필요한 데이터가 있다면 통합 데이터 지도에서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데이터 댐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눈에 띄는 성과도 만들어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데이터 전문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디지털뉴딜은 디지털 경제 기반이 되는 '데이터 댐'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결합·가공해 정보로 만들면 혁신적 서비스의 기반이 된다고 역설했다.
관계기관과 기업은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해 새로운 산업의 기회를 열어가야 한다. 더불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데이터 생태계를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뉴딜의 성패가 데이터 댐에 달렸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김미량 성균관대학교 컴퓨터교육과 교수 mrkim@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