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원 안팎 정부 보조금으로 저가 중국산 버스를 거의 공짜로 살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어렵게 될 전망이다.
국내 판매 중인 중국산 전기버스 가격이 우리 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금보다 더 싼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가 새해 '최소 자기부담금'을 적용한 보조금 개선책을 내놓는다. 차량 보조금의 40% 수준 비용을 구매자가 부담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본지 10월 12일자 1면 참조〉
20일 업계에 따르면 새해부터 전기버스 구매 보조금 지급 시 40% 수준의 최소 자기부담금 이 적용될 예정이다.
환경부 전기버스 구매 보조금은 현재 최대 1억원에서 8000만원으로, 국토부 저상버스 보조금은 9000만원 수준에서 8000만원 선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국내 전기버스 보급 사업이 시작된 지 6년 만에 처음으로 보조금이 개편되는 것이다.
전자신문이 10월 '2019년 중국해관의 한국 대상 자동차 분야 수출신고 자료'를 입수, 그동안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아 중국산 전기버스를 공짜로 구매해온 사실이 처음 드러났기 때문이다.
2019년 완성차형태(CBU)로 수입된 중국산 대형 전기버스(국내 규격 기준)는 95대로 국내 판매 상위권 모델의 가격은 2억3433만~2억8456만원으로 나타났다. 결국 중국 업체는 지금까지 고액의 판매마진을 챙겼고, 실제 구매자인 운수업체는 사실상 공짜로 전기버스를 구매했다는 논란이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보조금 제도 취지에 맞게 내연기관차와 가격 형평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번 개편으로 3억원의 중국산 전기버스를 구매할 때 환경부와 국토부·지방자치단체 보조금 총액이 2억5000만원인 경우 이 중의 40%인 1억원을 차량 구매자가 버스 제작사 혹은 수입사에 지불해야 한다.
국산 전기버스 가격은 3억원대 후반, 중국산은 3억원 안팎이다. 자기부담금이 적용되더라도 국산과 중국산 가격 차이는 여전하지만, 중국산 저가 공세로 인한 시장 교란은 대체로 해소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 보조금 정책 개선을 위해 관련 업계와 의 중으로 아직 최종 결정된 건 아니다”고 말했다.
올해 10월 기준 전국에 등록된 전기버스 가운데 중국산은 345대로 전체의 약 30%를 차지한다. 지금까지 중국산 버스에 지원한 정부 보조금만 약 800억원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전기버스 가격을 수입원장 기준으로 할지 아직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자기부담금이 적용되더라도 판매금액을 부풀려 계약하고, 수령한 보조금 중 일부를 리베이트로 운수업체에 되돌려 주는 부정적인 거래가 유발될 수 있는 만큼, 관계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