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기존에 4억원 하던 전기버스 가격을 올해부터 약 20% 내렸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전기버스 시장을 위협하는 중국산 공세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반면 국내 시장점유율 1위 현대차의 가격 인하로 최소 3억원 후반대를 유지하는 국내 중견·중소업계가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의 가격 인하가 국산 전기버스업계 전반으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시내 노선버스용 전기버스 일렉시티의 판매가격을 지난해 약 4억원에서 3억원 초·중반대로 인하한다. 주력 모델인 일렉시티는 255.9㎾h급 국산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 한 번 충전에 319㎞를 주행하는 최신형 모델이다.
일렉시티의 가격 인하는 그동안 골머리를 앓아 온 휠모터를 기존의 원모터로 교체하면서 가능해졌다. 휠모터는 현대차와 현대로템 등이 국책 과제로 개발해 차량의 모든 바퀴에 장착되는 구조다. 이와 달리 원모터는 하나의 모터로 차량 전체를 구동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종전보다 나아졌다.
현대차는 지난 2018년 사업 초기부터 휠모터 문제로 주행 도중에 이상 소음 현상, 감속기의 기어 유격에 의한 쇳가루 발생에 따른 무상 수리 등 대량 리콜을 실시했다. 휠모터를 뺀 것이 오히려 가격경쟁력 확보에 유리해진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차량부터 휠모터를 원모터로 바꿨고, 전기버스 일렉시티의 가격을 인하했다”면서 “국내외 전기버스 시장이 확대되면서 시장에 더 적극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가격을 내리면서 현대차를 제외한 국산 전기버스 업체들은 적잖은 영향을 받게 됐다. 3억원대 초반대인 중국산뿐만 아니라 국내 1위 업체까지 가격을 내리면서 덩달아 가격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의 노선용 대형(48인승 이상) 전기버스 가격은 여전히 3억원 중·후반대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전기버스 가격 인하로 중국산 대응에 크게 유리해지면서 다른 국산 업체들도 손해를 보더라도 가격을 내리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가격인하 경쟁으로 국내 모 업체가 해당 사업부를 매각하려 한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2019년 국내 대형 전기버스 시장점유율 1위는 현대차(40%), 2위는 에디슨모터스(26%), 3위는 우진산전(9%)이었다. 지난해에는 현대차가 8%포인트(P) 줄어든 32%에 그치고 에디슨모터스와 우진산전이 각각 28%, 12%로 상승했다. 지난해 중국 업체의 국내 전기버스 시장점유율은 28%로 지난 2019년(23%)보다 5%P 늘었다.
올해 전기버스 국고 보조금은 지난해보다 약 150억원 증가한 800억원이며, 정부가 계획한 보급 물량은 1000대다. 이 가운데 경기도와 서울시에 배정된 전기버스 물량은 각각 540대, 400대(마을버스 80대 포함)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