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밤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뉴스부터 접하는 요즘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는 그렇게 우리에게 이전과는 전혀 다른 불확실성 시대를 안겼다. 자의든 타의든 '비대면'이라는 뉴웨이브를 받아들이게 했고, 기업에는 이러한 불확실성은 경영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인프라가 다소 취약한 중소기업에는 더욱더 힘든 시기다. 대내외 환경이 좋지 않아 중소기업 기반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칫 변화의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새로운 시대를 맞아 기업들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위기를 기회로 만들 새로운 변화다. 변화를 위해선 일정한 방향이 필요하지만 그 방향을 가늠하긴 매우 어렵다. 처음 가 보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 방향이 되어 줄 나침반이 필요하다. 산업계에 공공 부문의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나침반을 찾는 기업이 방향을 설정하고 지혜롭게 전략을 짤 수 있도록 정부가 길을 여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산업기술 기반 구축과 기업 지원을 위한 서비스 플랫폼 기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산업기반 구축의 패러다임은 '장비 구축'이 주였다. KIAT는 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2013년부터 구축해 둔 산업기술개발장비 공동이용시스템인 '이튜브'의 운영을 맡아 서비스하고 있다. 장비를 보유한 연구기관이나 대학은 장비 정보를 제공하고, 기업이나 연구자 등 장비 수요자들은 검색을 통해 연구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곳을 찾아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기업에선 이 시스템을 좀체 이용하기 어려웠다. 기업은 장비명 중심 검색에 익숙하지 않았고, 장비 보유 기관을 찾아도 일일이 문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전문가를 찾기도 어려웠다. 수요자 중심 플랫폼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산업기술 기반 구축도 이제는 시대정신에 맞게 변화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새로운 시대에 맞아 산업 혁신을 이끌 공공 지원책으로 이미 구축된 산업 기술 기반을 연계하고 플랫폼 기능을 고도화시켜 국가 차원의 산업 기술 지원 체계로의 대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기업 지원의 패러다임이 기존 '장비 구축' 중심에서 '활용' 중심으로 옮겨지는 것이다. 장비 정보 외에 전문 인력 지원, 전국 240여개 연구기관이 제공 가능한 서비스까지 통합된 형태로 전환된다. 이른바 '산업 혁신 기반 플랫폼'(i-플랫폼)'이다.
특히 i-플랫폼 지원을 위한 온라인 채널의 역할도 강화된다. 이튜브를 연구장비 활용 중심의 친기업형 시스템인 아이튜브로 개편해서 활용할 계획이다. 산업 기술 기반 지원 체계는 i-플랫폼이 아우르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은 아이튜브가 맡게 되는 것이다.
관주위보(貫珠爲寶).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다. 아무리 좋은 산업 기술 기반을 만들어 놓았어도 수요자가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면 본래의 의미는 사라진다. 새롭게 고도화되는 i-플랫폼과 아이튜브가 기업 지원을 위해 산재해 있는 훌륭한 '구슬'을 하나로 꿰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제 정말 새로운 시대다. 뜻하지 않은 '언택트' 시대가 열리면서 우리는 점점 낯설고 더욱 불확실해질 미래와 마주하고 있다. 좌표를 잃고 혼란에 빠진 기업들을 위해 이런 때일수록 공공 부문의 역할과 지원이 더욱더 중요하다. 눈이 많이 쌓여서 보이지 않는 길에 누군가 먼저 발자국을 남겨 준다면 우리 기업이 좀 더 쉽고 빠르게 제 갈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 기술 연구개발(R&D) 분야에서 i-플랫폼과 아이튜브가 기업 지원을 위한 공공의 리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새롭게 추진되는 산업 혁신 기반의 플랫폼 구축이 포스트 코로나 및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은 우리 기업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한층 더 성장하고 경쟁력을 쌓을 수 있는 나침반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ycseok@kiat.or.kr
-
김현민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