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94>지능정보사회로 가는 세 가지 열쇠 (2)배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94>지능정보사회로 가는 세 가지 열쇠 (2)배려

“이쪽으로 타세요.” 비좁은 엘리베이터 공간을 만들어 주는 초등학생의 작은 배려가 하루를 즐겁게 해 준다. 코로나19로 인한 의료시설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병원을 통째로 내준 통 큰 배려도 필요하지만 서두르는 행인을 위해 멀찌감치 차를 멈추고 기다리는 은근한 배려가 더욱 절실한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 작은 배려 없이 큰 배려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마스크 사용으로 자신과 함께 타인을 동시에 배려하지 않으면 코로나19 통제가 불가능해진 현실은 배려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94>지능정보사회로 가는 세 가지 열쇠 (2)배려

배려는 국어사전에 '돕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이라고 간단하게 정의돼 있지만 그 영역은 매우 넓고 광범위하다. 가족의 불편을 제거하는 개인 배려에서 신흥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의 의료시설 개선을 지원하는 사회 배려까지 폭넓게 펼쳐진다. 공통점은 공여자의 배려는 대부분 수혜자에게 상상 이상의 효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이다. 반대로 배려가 결여된 지능정보화사회로의 발전은 걷잡을 수 없는 사회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사람은 스스로의 변화로 궤도 수정을 할 수 있는 사고하는 존재지만 배려가 프로그래밍돼 있지 않은 로봇에 배려를 기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배려 없는 로봇이 활개 치는 거리는 생각조차 하기 싫다.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긴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신보다 잘나가는 사람을 배려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는 이 기술을 배우며 평생을 살았습니다.” 청년 시절에 존경하는 목사의 은퇴식에서 들은 고백을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배려는 항상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행위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유한 명예, 권력, 재물, 외모 등에도 배려가 필요치 않은 사람은 없다. 소유가 배려를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가 우울증으로 생을 마감한, 부유하게 살다간 친구를 기억한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94>지능정보사회로 가는 세 가지 열쇠 (2)배려

배려는 욕조를 데울 때 한 부분이 따뜻해지고, 그 열이 점차 주위로 확산되는 이치와 같다. 부분에서 시작한 배려가 사회 전체를 아름답게 할 수 있다. 또 다른 배려의 특징은 희생과 달리 개인의 큰 손실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작은 배려의 결집이 사회로 번지면서 나타나는 효과를 맛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인생은 한방이라는 생각과는 정반대에 서 있는 개념이다. 오늘 내가 경험한 배려를 타인에게 베푸는 '배려전달 운동'을 시작해 우리는 무엇으로도 만들 수 없는 경험하지 못한 사회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배려 확산을 위해 받는 이의 생각도 중요하다.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을 살피는 수직 관계가 아니라 누구나 필요한 상황에서는 배려의 대상이 되는 수평 관계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배려를 기대하는 생각은 열등의식과는 거리가 멀다. 단지 공여와 수혜가 대등한 배려는 감사하고 전달하는 인식의 확산이 필요할 뿐이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94>지능정보사회로 가는 세 가지 열쇠 (2)배려

진보와 보수, 경영자와 노동자,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가 갈라서고 지역 및 사상이 분열하는 우리나라의 현재를 치유하기 위해 배려는 어디서도 발견할 수 없는 묘약 중 묘약이다. 내 편만을 배려하는 편협함에서 벗어나 상대를 조금만 더 이해 및 배려하려고 노력하면 지도자의 부족과 코로나19가 가져온 불확실성에도 우리의 미래는 밝다. 경제·정치·문화·외교·사회 분야 어디서나 '배려전달 운동'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