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배달주문 증가와 겨울철 배달인력 공급 감소가 겹치면서 배달대행기사 영입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경쟁업체 기사를 데려오면 별도의 인센티브를 '살포'하는 등 선의의 경쟁보다는 '나만 살겠다'는 식의 대응까지 동원되고 있다.
구인난으로 라이더의 몸값이 오르는 일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다만 커지는 배달대행업계의 자정 노력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대행 업체 생각대로는 최근 특정 경쟁사를 겨냥한 배달기사 영입 공고를 냈다. 경쟁사인 A사 사명을 거론하며 'A사에서 배달기사를 영입할 시 영입한 이와 영입 대상자 모두 3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새해 1월 말까지 선착순 총 100명을 대상으로 지원금을 살포하고, 지원금 상한선도 없다고 덧붙였다.
배달대행사들의 기사 영입 마케팅이 심화하고 있지만 이번 사례처럼 한 업체를 특정해서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례다. 생각대로는 올해 6월 기준 월 주문중개 1200만건을 달성한 업계 1위 기업이다. 지난달 네이버로부터 4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A사는 최근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는 신흥 배달대행사다.
A사 측도 기사 영입에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영입 대상은 해당 지역의 모든 대행사 기사에게 열어놨다.
업계는 이번 '인력 빼내 가기'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해당 법 시행령에는 '인력의 부당유인·채용 행위는 다른 사업자의 인력을 부당하게 유인·채용해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심히 곤란하게 할 정도로 방해하는 행위'로 정하고 있다.
안희철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이번 사례처럼 특정 업체의 인력을 자금력을 동원해 공개 영입하는 사례는 부정경쟁 행위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업계 관행 등을 종합 고려해야 하지만 전례가 있다 해도 법률 문제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례가 없는 배달대행 기사 유치전 배경에는 최근 늘어난 배달 수요 급증이 있다. 좀 더 편리함을 찾는 소비 트랜드에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강화되면서 배달 서비스가 다양한 업종에서 확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와 공급을 고려할 때 배달기사 몸값 인상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면서 “배달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무분별한 단기 인력 유치전보다는 처우 개선과 근무 조건에 기반을 둔 안정된 인력 확보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