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IPTV와 공유가치

황용석 건국대 교수
황용석 건국대 교수

인터넷(IP)TV 중심으로 유료방송 시장이 확실히 재편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년 상반기 가입자 수 조사·검증 및 시장 점유율 산정 결과'에 따르면 IPTV 가입자는 1781만명, 케이블TV 가입자는 1330만명으로 격차가 451만명 벌어졌다.

수치 내면을 보면 IPTV 서비스 경쟁력보다 케이블TV 인수합병(M&A), 마케팅 경품, 통신사 결합상품과 요금할인 등 방송 외부 요인이 작용한 측면이 있다. 통신사의 케이블TV에 대한 M&A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LG유플러스-CJ헬로,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M&A가 있었다.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도 진행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통신 3사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약 80.99%에 이른다.

한국IPTV방송협회, 한국언론학회 연구보고서(2020년)에 따르면 IPTV에 가입한 이유로 응답자 73.2%가 통신사의 결합상품 할인을 꼽았다. 서비스 다양성(12.3%), 가입 프로모션 혜택(8.6%), 이용기술 편의성(2.1%) 등 다른 요인과는 현격한 차이가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응답이 가입한 IPTV사, 성별, 연령, 가구 구성 형태 등에 따른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IPTV 서비스에 대한 종합 만족도는 평균 64.2점으로 높지 않은 가운데 가입한 IPTV 간 의미 있는 점수 차이는 없었다.

평판을 물은 질문에서 방송서비스 혁신(68.9%)이나 경제발전 기여(63.7%)에 대해 긍정 평가가 많았지만 이용자 의견 반영(48.6%), 윤리경영(46.2), 지역사회 발전기여(43.4%), 사회공헌(40.2%)에 대해서는 부정 평가가 많았다. IPTV가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지만 이용자 신뢰를 얻는 데는 미진한 결과로 보인다.

지금 IPTV 산업은 팽창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고, 변화된 환경을 마주하고 있다. 먼저 유료방송 시장은 저성장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가입자 증가 폭은 2017년 상반기 83만명, 2017년 하반기 91만명, 2018년 이후 50만명대를 유지했지만 2020년 상반기에는 처음으로 30만명대로 줄었다.

둘째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 비중이 가장 높은 가운데 2019년 현재 30.2%를 차지하고 있다. 가족 미디어인 유료방송에 가장 위협이 되는 지표다. 셋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한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 증가와 빠른 스마트TV 보급이 IPTV를 일부분 대체하고 있다. 폐쇄형 셋톱박스에서 개방형 스트리밍서비스로, 가구 시청에서 개인 시청으로, 실시간 시청에서 비실시간 시청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넷째 구독경제가 확산하면서 가구당 통신과 미디어 관련 지출비가 지속 증가하는 것도 문제다. 다섯째 통신사가 통화, 방송영상서비스, 데이터를 한 요금제에서 모두 제공하는 '세 가지 묶음 요금제' 전략에 주력하고 있어 IPTV만의 경영전략 전개에 자유도가 높지 않다.

지속 가능한 IPTV 성장을 위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의 경제활동이 사회 가치와 병행하지 못하면 소비자 신뢰를 잃는 것은 물론 사회 규제라는 큰 장벽에 부닥칠 수 있다. 기업의 경제·사회 가치를 긴밀하게 결합해서 가치 총량을 확대하는 접근과 기업이 사회 혁신 및 이익을 유도하고 경영성과로 연결하는 공유가치창출(CSV)이 필요하다.

IPTV에 지역정보 또는 사회안전망 관련 정보서비스를 확충하거나 이용자 활용 역량을 길러 주기 위한 교육 및 인식 제고 활동, TV 기반 인공지능(AI) 기술을 사회 가치 활동에 적용하는 등 기술 및 서비스 혁신이 사회 혁신과 병행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IPTV는 단순히 방송프로그램을 배치하고 전송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디지털서비스 보완 제공자'(CDSP)로 변모하고 있다고 많은 전문가가 말하고 있다. 즉 디지털 생활기술로서 이용자와 상호작용하고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매개체임을 인식해야 한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prohys@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