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판매가 부진했던 프랑스 완성차 브랜드의 소형 전기차가 새해 반전을 꾀한다.
신차 출시 시점이 늦었던 올해와 달리 새해에는 보조금 수혜를 누릴 수 있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다. 2000만원대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세컨드카' 시장과 20~30대 '퍼스트카' 시장을 공략한다. 쉐보레 '볼트(BOLT)'가 독주하는 수입 소형 전기차 시장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는 이달 'SM3 S.E.'를 단종시키고, 주력 전기차 모델로 전량 수입하는 모델인 '르노 조에(ZOE)'에 집중한다. 또 푸조 공식수입원인 한불모터스는 푸조 'e-208' 물량 추가 확보에 나섰다.
조에와 e-208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최저 트림 기준 조에는 3995만원, e-208은 4100만원이지만 환경부 국고 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 추가 보조금을 받으면 2000만원 후반대에 구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두 모델은 올해 하반기에 출시되면서 보조금 수혜가 제한적이었다. 상반기 테슬라 '모델3' 인기로 보조금이 빠르게 소진된 데 이어 지자체가 코로나19 대응으로 예산을 삭감한 영향이다. 국고보조금은 있지만 지자체 보조금이 동이 난 곳에선 전기차 구매 수요가 없어지면서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올해 누적 판매량은 11월 기준 조에가 188대, e-208이 104대에 그쳤다.
르노삼성차는 전기차 화재사고가 이슈되는 상황에서 조에의 안전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경쟁사 차량처럼 LG화학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으나 2012년 판매를 시작한 뒤 한 차례도 배터리 화재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주행거리를 무리하게 늘리기보다 안정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또 체험·시승 기회를 대폭 늘릴 예정이다.
한불모터스는 푸조 본사를 상대로 e-208 물량을 대폭 늘리기 위해 협의 중이다. 올해 계약량 대비 출고가 적었기 때문이다. 대기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소비자 접점을 확대해 확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유럽 일부 국가에선 e-208이 조에 판매량을 넘어섰다며 상품 경쟁력에 대해 자신감도 내비쳤다. 구체적 사업 목표는 내년 초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양사가 수입 소형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기차 충전인프라가 확대되는 추세지만 여전히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사양이 구매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해당 시장에서 11월 누적 기준 1556대를 팔아 1위에 오른 쉐보레 볼트의 경우엔 주행거리가 414㎞다. 반면에 조에는 309㎞, e-208은 244㎞다.
전기차 시장 전체로 본다면 테슬라 모델3 등과 현대차와 기아차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으로 내놓을 신차도 경쟁 대상이다. 소비자가 전기차를 세컨드카로 구매하는 경향이 있으나 구매력이 있는 소비자라면 가격이 큰 고려 대상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전기차는 유럽에서 누적 판매량 1위를 기록한 조에 판매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판매량 확대를 위해 시승 체험 기회를 늘리는 등의 영업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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