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0억원을 들인 게임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역대급 기대감 속에 출시된 게임은 이용자 혹평에 이어 기업가치가 반토막 됐고, 불신과 우려 속에 출시된 국산 온라인 게임은 박수를 받고 있다.
22일 업계와 이용자 사이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힌 '사이버펑크2077' 평가가 연일 내림세다. 출시 전 공개한 영상과 정보가 실제 출시 게임과 괴리가 큰 영향이다. 버그뿐 아니라 전투, 인공지능, 상호작용 등 추후 패치로 개선할 수 있는 폭이 작아 성토가 이어진다. 국내 이용자에게 '좋은 게임사' 표본이라 불린 개발사 폴란드 CD프로젝트레드는 출시 열흘 만에 주가가 반토막 났다.
사이버펑크 2077은 8년간 1000억원을 들인 게임이다. '게임의 미래'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기대가 컸다. 하지만 갖가지 문제가 불거지면서 플레이스테이션4(PS4) 버전 메타크리틱 이용자 점수는 10점 만점에 3점으로 집계됐다.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홀더 소니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SIE)는 환불을 약속하고 추후 업데이트가 있을 때까지 게임을 마켓에서 내리기로 했다.
우려 속에 출시된 국산 온라인 게임은 부정적 시선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개발기간 7년, 1000억원을 투자해 만든 스마일게이트 RPG '로스트아크'는 출시 초반 그래픽 다운그레이드, 자동전투 아이템, 밸런스 등에서 악평을 받았으나 약속한 업데이트로 평가를 뒤집었다.
로스트아크는 올해 1월 1주년 감사제에서 약속했던 36개 업데이트 항목 중 31개를 실제로 선보였다. 장기 업데이트 2개 항목과 코로나19 영향으로 못한 오프라인 정모 지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90% 수준 이행률이다. 단순 콘텐츠 업데이트뿐 아니라 장비 획득, 성장 메커니즘, 항해 및 채집 등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서 난도가 높은 시스템 변경 업데이트가 다수 포함됐다.
약속을 지킨다는 것을 증명하자 이용자도 반응했다. 시즌2 업데이트 이후 일일 접속자 수는 122% 증가했다. 신규 접속자는 542%, 복귀 이용자는 213% 증가했다.
금강선 로스트아크 디렉터는 “7년은 우리가 만들었지만 2년 전 서비스를 시작한 후에는 이용자와 함께 만들어 온 게임”이라며 “열정과 창의력을 투입해 게임다운 게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고 크래프톤이 개발한 '엘리온'도 출시 전 약속을 지키며 불안감을 해소했다. 소통하겠다는 약속처럼 게릴라 테스트 당시 받은 피드백을 참고해 콘텐츠를 수정하거나 삭제했다. 또 출시 첫 주말에 발생한 버그와 악용자를 신속하게 조치해 우려를 불식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업데이트 플랜이나 운영은 현실적인 상황에 따라 못 지키는 경우가 있는데 약속을 지킨 보기 드문 사례”라며 “약속이 말뿐만이 아님을 증명했고 이용자는 이를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