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열린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 개념이 처음 소개됐다. 18세기 후반에 시작된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으로 생산 기계화를 이뤘고, 20세기 초반의 2차 산업혁명은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1970년대 3차 산업혁명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화 혁명이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제조업에 접목해 기계나 부품이 스스로 작동해서 생산을 제어하는, 산업 전반에 걸친 거대한 혁신이다.
4차 산업혁명은 첨단 신소재 없이는 구현이 어렵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미래소재 원천기술 확보전략'에 따르면 정보통신, 환경, 에너지, 바이오 등 부문의 변화 속도가 빠른 미래 산업에서 첨단 신소재 기여율은 50~70%에 이른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미래를 밝힐 6개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로 슈퍼소재를 꼽았다. 첨단소재 시장은 계속 확대되고, 듀퐁(미국)·바스프(독일)·교세라(일본) 등 세계 선진 기업들은 첨단소재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1965년의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약 30억달러로 가나, 필리핀보다 낮았다. 올해 우리나라 GDP는 약 1조5200억달러로 세계 9위다. 1인당 국민소득(GNI)도 3만달러를 돌파했다. 경제 부문에서 큰 폭의 외연과 내실 성장을 이뤘다. 급성장을 주도한 산업군은 시스템·완제품이었고, 2001년 소재부품특별법을 시행하며 소재·부품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자 했다.
지난해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는 국가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됐고, 소재부품특별법을 소부장 중심의 경쟁력 강화 특별조치법으로 전면 개편했다.
현재 소재 강국으로는 미국·독일·일본 등이 꼽히며, 첨단세라믹의 경우 2018년 기준 세계 시장의 40%를 일본이 점유한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한국세라믹기술원(KICET)이 첨단세라믹 연구개발(R&D)을 주도하고 있다. KICET는 '세라믹 미래가치 창출로 소재 강국을 실현하는 세라믹 산업 플랫폼 기관'을 중장기 비전으로 하여 첨단세라믹 소재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표 활동으로 정부의 첨단세라믹 종합발전 전략에 맞춰 국내 세라믹 제품 생산과 공정 표준화를 추진한다. 표준화 추진은 세라믹 기반 소부장의 신뢰성을 높여 우리나라가 첨단소재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핵심 소재 국산화와 수입처 다변화 요구가 증대하면서 어느 때보다 소재 신뢰성 확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요 소재 기술 선진국은 생산한 소재·부품에 대한 표준을 기반으로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영국표준협회는 세계 무역의 80%가 표준 영향을 받고, GDP 성장률에도 약 28% 기여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표준화가 시장과 R&D 성과를 연결하는 핵심 수단이라는 얘기다.
소재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이 표준 기반의 소재와 부품을 개발·생산하고 신뢰성 향상·확보·보증 활동에 집중하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1년부터 부품·소재 신뢰성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수립해 핵심 부품·소재 수입 대체와 내수 촉진에 나섰지만 주로 부품에 치중됐고, 원천 소재와 관련한 신뢰성·표준·인증은 미흡하다.
우리 정부는 첨단소재와 미래산업을 주도하고자 2019년 10월 대통령 직속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위원회를 설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국제표준화 선점전략을 수립하고 첨단·미래산업 기술 국제표준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필요한 우리나라 첨단소재 발전 효율을 위한 전략을 제시한다.
우선 단기적으로 국산화가 당장 어려워 수입에 의존하는 필수소재 기술의 선제표준화를 통한 신뢰성·표준·인증 체계를 구축하자. 핵심소재는 완제품의 특성·성능을 좌우하기 때문에 신뢰성 확보는 필수다. 신기술 개발에 성공해도 신뢰성이 부족하면 시장진입이 어렵다.
중장기로는 국제표준화로 글로벌 신뢰성·표준·인증 체계를 선제적으로 확립해 산·학·연 컨소시엄을 통해 개발 중인 첨단소재의 국산화 촉진과 동시에 해외시장 진출 및 시장 선점활동도 전개해야 한다.
이희수 부산대 재료공학부 교수 heesoo@pusan.ac.kr
-
임동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