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새해 스마트폰을 포함한 휴대폰 생산 목표를 3억대로 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삼성 휴대폰 판매량은 코로나19 여파로 9년 만에 3억대 밑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점진적인 글로벌 경기 회복 신호가 나타나면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사업계획을 수립, 휴대폰 판매 3억대 고지를 재탈환하기 위한 포석이다. 또 폴더블 스마트폰 확대, 중저가 5세대(5G) 이동통신 모델 확장 등 라인업 재편도 새해에 본격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새해 총 3억700만대 규모의 휴대폰 생산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파악됐다. 스마트폰은 2억8700만대, 피처폰은 2000만대를 각각 양산할 계획이다.
이는 올해보다 약 14% 늘어난 수치다. 삼성은 올 3분기까지 휴대폰 1억8940만대를 생산했고, 4분기 전망치를 더하면 총 2억7000만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의 연간 휴대폰 출하량이 3억대를 하회하는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일 정도로 매우 이례다. 올해 1월부터 전 세계에 급속 확산된 코로나19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다시 3억대 출하를 목표로 한 것은 시장 회복 가능성을 점쳤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에 스마트폰 시장은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또 각국의 경기부양 정책이 시행되고 최근에는 백신 개발이 가시화되면서 시황 개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낙관보다 신중한 관점에서 내년 시장을 대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애초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삼성 안팎에서는 내년에 스마트폰 출하량만 3억대를 상회하고 많게는 3억1000만~3억2000만대까지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2억8700만대로 잡은 것은 불확실성이 상존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화웨이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보수 관점에서 사업계획을 세운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제품별로는 △플래그십 라인업 재편 △5G 모델 확대 △중저가 판매 강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1 시리즈와 폴더블 스마트폰 등 플래그십 모델의 경우 새해에 총 4980만대 생산할 방침인 것으로 파악됐다. 폴더블폰은 기존 모델 포함 600만대 정도 양산될 예정이며, 하반기 출시가 예정돼 있어 노트 시리즈를 대체하는 모습이다. 전체 600만대 폴더블폰 가운데에는 절반이 넘는 물량을 갤럭시Z플립2(가칭) 보급형 모델에 집중, 폴더블 스마트폰의 대중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5G 모델 확대도 특징이다. 플래그십 제품뿐만 아니라 상반기에 갤럭시A32, 하반기에 외주 생산하는 갤럭시A22 등 중저가 모델까지 5G 지원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갤럭시A 시리즈와 M 시리즈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제품군으로, 내년에 총 2억3700만대가 출하될 예정이다.
외부 업체에 생산을 맡기는 제조업자합작개발생산(JDM) 방식 물량은 5500만대 규모로 추진된다. 전체 물량에서 JDM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와 비슷한 20%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휴대폰 제조사다. 이 때문에 국내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 후방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삼성전자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휴대폰 사업 회복을 계획함에 따라 후방산업계는 올해보다 나은 업황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폴더블과 5G 모델 확대에 따른 고성능 부품의 수요 증가 효과가 주목된다. 단 플래그십 시장이 정체되고 중저가 모델 비중이 큰 점 등은 수익성 측면에서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새해 휴대폰 사업계획과 관련해 “출하량 등 세부 전략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연간 휴대폰 생산량 추이>
(자료: 삼성전자 사업보고서)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