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신성철)은 배병수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이 이태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팀과 공동연구로 물과 고온·고습 환경, 각종 화학물질에서도 매우 안정된 페로브스카이트 나노 입자 발광 수지를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차세대 초고화질 디스플레이 색 변환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폭넓은 색 재현율을 구현할 수 있어 기존 퀀텀닷을 대체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색 변환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체는 현존하는 발광체 중에서 유일하게 새로운 디스플레이의 색 표준인 'REC. 2020'을 만족한다.

다만 빛이나 수분 및 고온에 취약해 대기 중에서 짧은 시간 내에 성능이 급격히 떨어진다. 다양한 대응책이 고안됐지만, 대부분 외부로부터 수분을 물리적으로 막는 방법들이며 제조공정이 매우 복잡하다. 더욱이 강산, 강염기, 극성용매 및 고온 고습 환경에서 안정성을 담보하는 페로브스카이트 나노 입자 색 변환 소재는 지금까지 개발된 적이 없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솔-젤(Sol-Gel) 합성공정을 이용해 캡슐화된 복합체 수지를 개발했다. 이 수지는 실록산(실리콘 기반 고분자) 분자구조와 페로브스카이트 나노 입자를 한꺼번에 둘러싼다.
열에 강한 실록산 분자구조가 페로브스카이트 나노 입자를 화학적으로 보호하고, 별도 차단층 없이 페로브스카이트 나노 입자의 발광 안정성을 크게 향상하는 데 성공했다. 새로운 기술을 퀀텀닷에도 똑같이 적용하는 한편 고온·고습 환경에도 안정된 실록산 캡슐화 퀀텀닷 수지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캡슐화된 페로브스카이트 나노 입자 수지는 제조과정 중 자외선 경화로 발광 효율이 낮게 나타났지만 이내 회복됐다. 다양한 화학적 환경과 고온·고습 환경(85도/85%)에서도 발광 효율이 70%가 넘는 특이한 현상을 보였다. 또 물속에서도 600일 이상 유지되는 등 매우 우수한 발광 안정성을 보였다.
디스플레이의 색 변환 층으로 성능을 확인한 결과 양자효율 및 색 재현율이 기존 퀀텀닷 대비 향상됐다. 또 실록산 캡슐화를 통해 페로브스카이트 나노 입자 내의 납 독성도 막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병수 교수는 “연구팀이 개발한 신기술은 페로브스카이트 나노 입자가 기존 퀀텀닷을 대체하는 새로운 디스플레이 색 변환 소재로 활용하는 연구개발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조기 상용화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