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상반기 전국 초·중·고등학교 모든 교실에 기가급 무선 액세스포인트(AP)가 구축되지만 '스쿨넷' 등 제반 환경이 열악해 1~2년 동안 성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코로나19로 여전히 원격수업이 예상되는 데다 고품질의 디지털 교육 콘텐츠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학내망 전반에 걸쳐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은 총 3707억원을 투입해 최고속도 1.7Gbps 기가급 AP를 내년 6월까지 모든 일반교실에 구축한다. 시·도교육청별로 사업자를 선정하고 구축 작업을 시작했다. 구축이 완료되면 새해 하반기부터는 모든 교실에서 태블릿PC나 스마트폰으로 접속해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고, 조별 과제 시 협업 프로그램도 사용할 수 있다. 교사가 학교에서 실시간 양방향 원격수업을 진행해도 네트워크 용량으로 인한 접속 걱정을 덜게 된다. 올해 네트워크 환경이 좋지 않아 애를 먹은 학교 현장에서는 기가급 AP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이름과 달리 기가급 성능을 내려면 길게는 약 2년 더 기다려야 한다. AP와 연결되는 기존 학교 네트워크가 기가급을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육청에서 학교까지 이어지는 통신망인 스쿨넷의 평균 속도는 500Mbps다. AP가 기가급이어도 속도를 내기 어렵다. 새해 9월에야 각 시·도교육청의 4단계 스쿨넷 사업이 실시됨에 따라 평균 속도가 800Mbps로 높아진다. 기가급은 2023년이나 돼야 가능하다.
당장 원격수업을 위한 인프라 마련이 시급한 만큼 모든 교실에 기가급 무선 AP는 의미가 있다. 디지털 교육 환경을 고려한다면 제반 네트워크 환경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교사와 학생이 온라인 수업에 친숙해진 만큼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한 수업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인수 과목을 위해 공동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고교학점제나 현장감 있는 학습을 위한 원격수업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박물관 같은 디지털 경험을 체험학습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만큼 학교 수업에서 대용량 디지털 콘텐츠의 활용도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전체보다는 요소별 사업 추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무선 AP는 노후화된 학내망을 고려해 별도의 케이블 공사를 통해 망을 분리했다. AP를 기존 학내 유선망을 거쳐 스쿨넷에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스쿨넷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무선 AP망의 별도 구축으로 당장 속도는 학내 유선망보다 올라갈 수 있지만 관리 문제가 불거졌다. 일선 학교에서는 학내 케이블이 뒤엉키면서 장애가 발생해도 찾아내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 학교 내 네트워크·전산 전문가가 전무하다. 환경 전반과 제도 개선 없이 무선 AP를 별도로 구축하면 다시 방치될 가능성이 짙은 실정이다.
한 교사는 27일 “무선망이 많아지면 집선에서 부하가 걸리는데 한꺼번에 대용량을 쓰면 접속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학교 전반에 걸친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가급 AP를 구축하면 학교 내부 용량은 확충될 것”이라면서 “노후화된 학내망 개선 사업도 병행하도록 각 시·도교육청에 요청한 만큼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