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딜리버리히어로(DH)에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요기요'를 보유한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를 처분하라는 조건으로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과 합병을 승인했다.
조건부 승인 요건이 사실상 '불허'라는 일각의 지적에도 공정위는 기업결합 시너지를 유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28일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이 결합 목적이 딜리버리히어로 물류시스템 기술 그리고 우아한 형제들 마케팅 능력의 시너지”라며 “조건부 승인 요건을 수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DH 역시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공정위의 조건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업계도 기업결합(M&A)이 성사된다는 가정 하에 배달앱 시장 지형변화를 예상하는 분위기다.
현재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민과 DH의 국내 자회사 DHK가 운영하는 요기요는 각각 국내 1위, 2위 배달앱이다.
DH는 지난해 12월 우아한형제들 지분 약 88%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청했다. DH가 평가한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는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로 국내 인터넷 기업 M&A 중 가장 큰 규모다.
◇“쿠팡이츠 등 새 사업자, 독점행위 해소 못해”
DH에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고 있는 DHK 지분(100%) 전부를 매각하는 조치를 부과한 배경에는 “음식점, 소비자, 라이더(배달원) 등 배달앱 플랫폼이 매개하는 다면시장의 이해관계자에게 전방위적 경쟁제한 우려가 크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공정위 시정명령에 따라 DH는 6개월 이내에 DHK 지분 전부를 제3자에게 매각하도록 조치했다. 다만,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될 경우 6개월 범위 내에서 그 기간의 연장을 신청할 수 있다.
배달앱 시장지형상 쿠팡이츠 등 새로운 사업자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결합한 당 회사의 독점행위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공정위는 판단은 달랐다. 조 위원장은 “과거 5년간 5%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한 경쟁앱이 없었고, 쿠팡이츠가 최근 일부 지역에서 성장하고는 있지만 전국적으로 당사회사에 충분한 경쟁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 혜택 감소, 음식점 수수료 인상 등 경쟁제한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할인 프로모션을 예로 들었다. 요기요를 비롯해 유력한 경쟁자가 제거되면 소비자에 대한 쿠폰 할인 프로모션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배민과 요기요가 상대방 대비 점유율이 높은 지역에서 주문 건당 쿠폰할인을 덜 제공한 바 있다. 이외 음식점 유치를 위한 수수료 할인경쟁이 축소되거나 기존 입점 음식점들에 대한 수수료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배달앱 '고착효과' 커
양사 합병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시장범위는 '배달앱'으로만 한정됐다. 소비자가 배달앱을 지속 이용하는 고착효과가 커 직접 전화주문, 프랜차이즈 음식점 앱, 인터넷 검색서비스 등은 제외한 것이다.
조 위원장은 “일반 음식점 및 프랜차이즈를 포함하는 다양한 음식점 정보 제공 및 검색 기능, 이용후기 및 평점, 할인 혜택, 비대면의 편리한 결제 등의 측면에서 다른 서비스들과 구별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외식트렌드 조사한 결과 배달앱 지속이용 의사는 90.6%다. 소비자 58%가 배달앱 이용사유로 '주문·검색·결제 동시처리'를 선택했다.
또 음식 배달대행 시장에서도 두 회사가 결합한 뒤 자사 배달대행 서비스 이용 음식점을 우대할 경우 경쟁제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전원회의에서 DH는 “결합시 주문 밀도가 상승해 배달 시간이 단축되고 주문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는 의견을 제기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배달앱 시장에서 '빅데이터' 독점 문제도 고려됐다. 배달의민족이 배달음식 주문과 관련한 압도적 정보자산으로 소비자 주문행태를 분석하고 있다.
공정위는 “다른 앱 이용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할 경우 경쟁사업자가 시장에서 안착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향후 요기요 매각까지 6개월 간 음식점과 소비자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공정위는 승인 조건에 △음식점 실질 수수료율 변경 금지 △소비자에 대해 전년 동월 이상의 프로모션 금액 사용 △요기요 배달원 근무조건 불리한 변경 금지 등도 담았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