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딜리버리히어로(DH)의 우아한형제들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함에 따라 배달의민족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딜리버리히어로가 요기요 매각 조건을 따르고 우아한형제들을 통한 사업 확대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28일 우아한형제들 측은 이번 공정위 결정과 관련해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며, 더 좋은 서비스로 보답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양사는 50대 50 지분으로 싱가포르에 합작회사(JV)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하고 DH가 진출한 아시아 11개국 사업 전반을 경영한다. 아시아 지역 주도권을 잡고 있는 그랩, 우버이츠, 고젝 등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과 경쟁을 벌이게 된다.
공정위가 DH의 한국 법인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를 제3자에게 매각하라는 조건을 제시함에 따라 두 서비스의 국내 경쟁 구도는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DHK 매각 완료시점까지 매각대상자산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현상유지 명령을 내렸다. 음식점에 적용하는 실질 수수료율은 유지하고,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프로모션도 전년 동월 이상을 유지하도록 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유로모니터에 다르면 국내 음식배달 시장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글로벌 3위 규모다. 올해 전년 대비 40% 성장한 154억달러(약 16조870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2019년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시장점유률은 거래금액 기준 각각 78%, 19.6%, 매출액 기준 68.6%, 27.2%를 기록했다.
당초 DHK 매각 시나리오를 검토해 온 만큼 DH는 매각 단가를 높이기 위해 새해 요기요의 점유율 및 수익성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요기요는 2018년 기준 마케팅 비용에만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올해의 경우 합병 이슈가 불거지면서 비교적 소극적인 공세를 취했다. 또한 매수자 후보로는 기존 경쟁자보다는 새롭게 배달 시장에 뛰어드는 사업자를 확보해 다자 경쟁 구도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배달의민족은 이번 공정위 발표로 점유율 78%가 공식화된 만큼 국내 시장 점유율 경쟁보다는 내실 확보에 주력할 전망이다. 또한 글로벌 사업 본격화가 1년 넘게 지연된 만큼 이번 공정위 결정을 계기로 즉시 합작법인 출범 준비에 착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대형 글로벌 사업자들이 아시아 지역에서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만큼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공정위 역시 이번 결론을 내리면서 “배민-요기요 간 경쟁관계는 유지하되, DH와 결합은 허용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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