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일상화, 디지털 기술 진보에 의한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따른 경제·사회 혁신이 시작되는 해로 기억될 것 같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디지털 기술이 우리 일상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비즈니스 모델, 사회 구조, 문화 형태 등의 근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경제 전반에 걸쳐 디지털 혁신과 역동성 촉진·확산을 위한 디지털 뉴딜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총 58조원이 투자되고 90만여개 일자리 창출과 디지털 대전환을 선도하는 대규모 정책이 올해 시작됐다.
데이터(D)·네트워크(N)·인공지능(AI)을 뜻하는 'DNA' 생태계 강화, 5세대 이동통신(5G)과 AI를 융합한 산업 고도화 추진, 5G·AI 기반 '지능형 정부'로의 혁신, 디지털 포용 및 안전망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등이 추진되고 있다.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디지털 전환 핵심 기술이 소프트웨어(SW)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다. 전 산업에 걸친 디지털 전환에 따라 SW가 핵심으로 부각됐다. 결국 디지털 전환은 SW가 중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공공 영역의 디지털 전환도 필연으로 SW사업을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제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디지털 신기술 특성과 융·복합 과정에 대한 지식 및 이해를 기반으로 공공SW 발주 업무도 이뤄져야 한다.
해외에서는 SW사업 발주 전문 조직을 갖추고 전문가를 직접 채용하는 등 발주 전문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해 오고 있다.
우리 공공SW 발주자는 대부분 지난날의 제안요청서를 답습하고, 재사용하고 있는 수준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기술에 대한 발주 전문성 역량은 부족해 보인다. 우리 공공 발주자들이 공공 영역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 가장 중요한 직책임에도 인력과 예산 한계에 부닥쳐 제 역량 발휘에 제한을 받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공공SW사업 발주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는 'SW발주기술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발주 기술 지원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발주 담당자의 SW 전문 기술 지원을 위해 설립된 SW발주기술지원센터는 사업 예산·기획 단계부터 제안 요청, 계약, 검수, 유지·관리까지 전 주기에 걸쳐 SW 전문 기술을 단계별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AI, 클라우드,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신기술이 적용된 사업 발주가 다수 진행됐다. 이러한 신기술이 포함된 사업에 대해 발주 단계부터 체계화한 발주 경험과 노하우를 제공하고, 전문가를 통해 활발하게 발주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 SW발주지원센터를 구축·운영하고 있지만 예산 확보 한계 등으로 실질 지원은 공공 부문 발주의 극히 일부분에 한한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발주자 대부분은 발주 업무 시 SW발주기술지원센터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기관 내부 이전 담당자와 선행사업자의 경험 또는 과거 자료 등을 참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발주자들은 아직 SW발주기술지원센터의 지원 절차, 내용에 대해 자세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공공SW 사업 발주 기술 향상을 위해 노력했지만 예산 확보 한계, 발주자 인식 부족 등으로 그 역할은 기대치에 못 미친다.
4차 산업혁명을 완성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이다. 핵심이 되는 SW 발주 선진화를 위해 예산과 인력 확보, 발주자 대상의 적극 홍보와 선진 발주 전폭 지원 서비스를 통해 '아직도 왜?'라는 한계를 극복해야 할 때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상근부회장 hkchai@it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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