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보다 앞서 공정위는 요기요 매각 조건으로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인수를 전격 승인했다. 국내 1, 2위 업체 합병에 따른 독과점 폐해를 우려한 현실적 판단이었다. '공룡'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이 생기면 시장 경쟁을 막아 음식점 등에 피해가 갈 것으로 내다봤다. 조건부 승인을 DH가 받아들였지만 여전히 뒷맛은 개운치 않다. 특히 스타트업 업계는 플랫폼 기업 특성을 무시한 판단이며, 자칫 해외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한국 업체가 소외될 수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지금처럼 공정위가 M&A에 과도하게 개입하면 스타트업 생태계 선순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옳은 지적이다. M&A 결정권을 쥐고 있는 공정위 입장에서는 참고해야 한다. 그렇다고 DH가 승인 조건을 받아들인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반대도 현명해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배민이 DH 인수 후 제2의 신화를 쓸 수 있도록 응원과 지지가 필요하다. 배민은 싫든 좋든 국내에서 성장한 대표 유니콘 기업이다. 단순하게 매각이 최종 목표여서는 안 된다. 더욱이 DH는 알짜기업의 하나인 요기요까지 매각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배민을 인수했다. DH 입장에서 '친자'인 요기요를 버리고 '양자'인 배민을 택한 것이다. 그만큼 창업자와 사업 모델을 높이 평가했다는 이야기다.
방법은 해외 곳곳에 배민의 깃대를 제대로 꽂는 것이다. 창업자 김봉진 대표는 기업결합 절차가 끝나면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합작회사 우아DH아시아의 회장직을 맡는다. 우아DH아시아는 아시아 11개국에서 음식 배달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배민 DNA를 해외 무대에서 선보이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아시아 지역은 배달앱 성장 가능성이 가장 짙다. 국내에서 성공한 스타트업은 많았지만 해외 무대에서는 극히 드물었다. 배민이 해외로 나가는 스타트업의 앞길을 활짝 여는 교두보 역할을 맡아야 한다. 지금은 공정위 비판보다 해외 무대에서 새 역사를 쓸 배민을 격려하는 게 스타트업을 위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