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군(群)의 고용 창출 성과가 국내 4대 그룹보다도 더욱 큰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액 규모도 삼성의 뒤를 잇는 재계 2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부는 30일 지난해 말 기준으로 벤처기업 3만6503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벤처기업 전체 고용은 정규직 기준 80만4000명으로 국내 4대 그룹 고용인구 66만8000명보다 13만6000명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15.8% 증가한 규모다. 기업당 평균 종사자 수는 22.0명이다.
신규 고용 창출 효과도 컸다. 지난해 1년간 벤처기업군은 11만7000명을 신규 고용했다. 같은 기간 4대 그룹의 신규 고용 2만1000명에 비해 5.6배 많다. 2016년부터 감소하던 벤처기업군의 정규직 채용도 지난해들어 증가했다. 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도 99.1%로 전년 대비 3.1%포인트(P) 증가했다. 올해 하반기와 새해 신규 인력 채용이 있는 기업의 비중은 29.9%, 이들 기업의 평균 채용 계획 인력은 2.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벤처기업군 총 매출은 193조3000억원으로 삼성 다음으로 많았다. 지난해 삼성 매출은 254조원, 현대차 179조원, SK 161조원, LG 122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벤처기업 평균 매출 52억9600만원, 영업이익 1억2000만원, 당기순이익 24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 감소 등의 여파로 전년 대비 감소세다. 특히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3.4%, 78.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기업군의 75.4%가 기업 간(B2B) 비즈니스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종별로는 컴퓨터·반도체·전자부품 분야 벤처기업의 경영성과가 금융비용을 제외한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 측면에서 높았다. 의료·제약 분야 벤처기업은 자산총계와 자기자본비율이 높아 재무건전성이 우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비 비율은 4.9%로 대기업의 1.7%에 비해 크게 높았다. 다만 전년 5.5%에 비해서는 다소 줄었다. 설비투자액은 2억1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71.1% 증가했다.
산업재산권의 절반 이상은 벤처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벤처기업이 보유한 국내 산업재산권은 총 27만3725건에 이른다. 전체의 53.6%를 차지한다. 기술력 수준도 세계 최고이거나 동등한 수준이라고 답한 기업 비중이 20.9%에 달했다.
벤처기업 창업자는 엔지니어가 많았다. 공학계열을 전공한 창업자가 67.1%, 경영·경제학 전공자 17.6%를 차지했다. 지분 구성 역시 64.2%를 창업자가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기업의 가장 큰 어려움은 자금조달 분야였다. 응답 기업의 75.4%가 자금조달 운용 등 자금관리에 애로사항을 언급했다. 이 밖에 국내 판로개척(66.6%), 개발된 기술의 사업화(60.2%) 해외시장 개척(49.3%) 등이 뒤를 이었다.
박용순 중기부 벤처혁신정책관은 “벤처기업이 신규 고용창출과 일자리 안정, 매출 등 여러 측면에서 우리나라 경제 주역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면서 “특히 새해 2월에는 새로운 민간주도의 벤처확인제도가 시행되면서 민간 벤처확인기관에서 기술혁신성과 시장성장성을 갖춘 벤처기업을 선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