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새해에 선보일 차기 아이폰에 주사율이 향상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탑재한다. 주사율은 디스플레이가 1초에 표시하는 화면(프레임) 개수로, 주사율이 높을수록 선명하고 자연스러운 영상을 표현한다. 성능 개선이 두드러질 아이폰13 디스플레이 공급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맡는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2021년 출시 아이폰13(가칭)의 일부 모델에 주사율 120㎐를 지원하는 OLED 패널 탑재를 추진하고 있다. 아이폰13 4개 모델 가운데 상위 2종에 120㎐ OLED 패널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 120㎐ 패널에는 저전력 디스플레이 구동 기술인 '저온다결정산화물(LTPO)-박막트랜지스터(TFT)'가 접목될 계획이다. 애플은 이 같은 내용의 디스플레이 규격을 확정하고 협력 업체들과 함께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사율은 1초 동안 디스플레이에 나타내는 프레임의 개수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역동적인 화면을 더 부드럽게 표현할 수 있다. 화면 전환이 빠른 액션 영화나 게임을 더 선명하고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다. 올해 출시된 아이폰12의 주사율은 60㎐로 알려졌다. 아이폰13에서는 주사율이 2배 향상되는 셈이다.
주사율 변화로 백플레인(픽셀 동작 회로)도 달라진다. 120㎐ OLED 패널에는 LTPO-TFT가 적용될 계획이다. LTPO는 전하 이동도와 안정성이 높은 저온폴리실리콘(LTPS)의 장점과 균일성이 좋고 전류 누설이 적은 옥사이드의 장점을 합친 것으로, 소비 전력 개선이 가장 큰 특징이다. 애플은 주사율 향상에 따른 소비 전력 증가를 상쇄하기 위해 LTPO-TFT 도입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돼 차기 아이폰은 디스플레이 성능 개선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폰에 120㎐ 패널이 적용되는 건 처음이다. 애플은 아이패드에 120㎐ LCD 패널을 적용한 바 있고, 아이폰은 60㎐에 그쳤다. 애플이 차기 제품에 고주사율 OLED를 도입하려는 건 디스플레이 기술이 발전하고 시장 경쟁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출시한 갤럭시S20에 120㎐ OLED를 탑재했다. 하반기에 내놓은 Z폴드2와 갤럭시S20FE에도 120㎐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샤오미, 오포 등에서도 120㎐ 제품이 출시되는 등 120㎐의 고주사율 OLED 공급 및 탑재가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애플의 고성능 OLED 도입은 새해 국내 디스플레이 관련 업계에 성장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폰13은 아이폰12와 같이 네 가지 모델로 출시될 예정이다. 아이폰13용 OLED 4종은 모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이 OLED를 처음 도입한 2017년 아이폰X,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출시된 아이폰11부터 각각 OLED를 공급해 왔다.
아이폰13 상위 2종의 디스플레이는 120㎐와 LTPO-TFT로 업그레이드돼 공급 가격 인상 가능성이 있으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12보다 2000만대씩 늘어난 약 1억2000만대와 4000만대를 아이폰13에 공급할 것으로 관측돼 삼성디스플레이 및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이 주목된다.
또 패널 성능 향상과 공급량 확대에 따라 디스플레이드라이버IC,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 OLED 발광소재 등 부품·소재에도 변화가 예상돼 삼성전자 시스템LSI와 실리콘웍스, 비에이치, 덕산네오룩스 등 애플 OLED 공급망(SCM)에 있는 국내 소재·부품 업체들의 내년 성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애플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공급량은 실제 판매 결과에 따라 가변적이지만 새해에도 올해와 동일한 4개 아이폰이 출시될 예정이고, 2개는 고성능 패널 도입이 추진돼 긍정적인 상황”이라면서 “코로나19 변수에도 아이폰은 판매 호조를 보여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전했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비에이치 등 애플 OLED 관련 기업들은 “고객사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